세계치매협회가 발표한 '2015 세계 치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3.2초에 1명씩 치매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치매 때문에 지출되는 비용도 크게 늘어 2018년에는 1조달러(약 1189조원)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도 치매 환자가 급증하고 있어 2015년 현재 약 65만명에서 10년 후인 2025년 무렵에는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고령인구가 증가하는 만큼 치매 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 4명 중 1명이 치매 발전 가능성이 큰 '경도(輕度)인지 장애'로 추정된다는 점은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지난해 12월에 제3차 치매관리종합계획을 발표해 수요자 중심의 치매 관리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도 치매를 떠올리면 막연한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암보다 두려운 치매… 보험 활용해야

우리나라 노인들이 암이나 뇌졸중보다 더 두려워하고 가장 걸리기 싫어하는 질병은 바로 치매다. 치매에 걸리면 혼자서 생활할 수 없고, 심지어 나를 돌보는 내 가족조차 알아볼 수 없어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평생 큰 짐이 될 거라는 사실이 큰 두려움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간과하는 점이 있다. 사실 치매에 걸리면 가족이나 친구 같은 관계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의료비가 매우 큰 문제로 작용한다. 큰 수술을 받는 것도 아니니 암이나 심혈관 질환보다 병원비가 적게 들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치매 환자의 의료비는 일반인의 4배에 달한다.

보건복지가족부와 분당서울대병원이 발표한 치매노인실태조사(2011)에 따르면 일반인의 1인당 연간 의료비는 201만원 정도인 데 반해 경도인지 장애는 289만원, 치매 환자는 804만원으로 확 뛴다. 여기에 의료비뿐만 아니라 혼자 생활이 불가능하므로 보호자 고용 등에 드는 사회적 비용은 연간 2093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치매도 조기에 발견하면 약물치료 등을 통해 증상을 확연히 완화시킬 수 있다. 현재 정부는 60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치매선별검사를 무료로 실시하고 있으며, 소득에 따라 정밀검진도 지원해주고 있다(전국 가구 평균소득 100% 이하). 특히 올 하반기부터 정밀검진의 일부 비급여 항목이 건강보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에 현재 40만원가량의 검진비용이 8만원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병간호에 대해서도 장기요양보험 등급에 따라 시설이나 집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특히 내년에 중증 치매환자를 위한 24시간 방문형 단기보호서비스가 시작되면 치매 환자를 둔 가족들도 잠시나마 돌봄 피로감에서 벗어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지원 외에도 선택에 따라 보험사의 장기간병보험(주계약이나 선택특약)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단, 간병보험은 요양이 필요할 때에 일시금이나 연금 형태로 지급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이미 다른 질병을 앓고 있거나 고령으로 가입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무리해서 새롭게 가입하기보다는 차라리 연금을 확대하거나 저축형 보험에 가입하는 등 다른 형태의 상품을 찾아보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미리 상속·노후 준비 계획 세워 놔야

치매에 걸렸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문제는 범죄의 대상이 되기 쉽다는 점이다. 뉴스를 보면 가족이나 간병인에 의한 노인 학대나 심한 경우 동반자살과 같은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지만, 치매 환자 스스로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재산을 노린 사기나 상속 문제가 생기면 자칫 중증치매에 걸린 상황에서도 마땅한 도움을 받지 못해 결국 버림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치매에 걸리기 전에 미리 상속은 어떻게 할 것이며, 자신의 노후는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결정해 두어야 한다.

이때 내린 의사 결정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하는 유용한 수단으로 '성년후견제도'와 '유언대용신탁' 등이 있다. 성년후견제도는 질병이나 노령 등으로 정신적인 제약을 가진 사람이 법적 후견인을 정해 대신 재산을 관리하게 하고 치료나 요양을 돕게 하는 제도다. 2013년 7월 도입된 이래 2년간 전국적으로 후견개시심판을 청구한 건수가 4700건을 넘어섰으며, 그중 절반 이상이 치매 노인에 대한 후견인 청구였다. 유언대용신탁은 금융회사가 고객이 살아 있는 동안 자산 관리 서비스를 통해 자산 형성에 도움을 주며, 사후에는 계약 체결 시 정해둔 고객의 의사에 따라 재산을 상속해주는 제도로, 재산을 둘러싼 자녀의 다툼을 막을 수 있다.

일본에서는 2004년부터 '어리석다'는 뜻을 가진 '치매(癡�)'라는 병명을 '인지하는 데에 장애가 있다'는 뜻의 '인지증(認知症)'으로 바꾸었는데, 이를 계기로 사람들은 치매를 뇌의 병으로 인식함으로써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우리도 치매 환자 100만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치매에 대한 두려움과 부정적인 인식을 떨쳐내고 철저한 사전 준비로 행복한 노후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