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KBS·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에 채널을 1~2개씩 추가로 주는 지상파 다채널방송(MMS·Multi-Mode Service)을 추진하는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지상파 MMS란 방송 주파수 신호를 압축·전송하는 방식을 통해 기존 방송용 주파수를 쪼개 더 많은 채널을 운영하는 서비스다. 예컨대 7번 채널인 KBS 2TV를 나눠, 7-1번과 7-2번 등 2개로 만드는 식이다. MBC는 11-1번과 11-2번 등 2개로 늘어날 수 있다. 사실상 기존 지상파 방송사에 새 방송채널을 하나씩 더 주는 셈이다.

지상파 MMS가 실시되면 미디어 시장에서 지상파의 독과점과 광고 쏠림 현상이 한층 심화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케이블TV 등 다른 방송 사업자들은 "지상파를 살리기 위해 중소 채널들은 다 죽으라는 이야기"라며 "현 3기 방통위가 출범한 이후 도입한 정책을 보면 방송통신위원회라기보다는 '지상파방송 권익보호위원회' 같다"고 반발하고 있다.

방통위는 올해 지상파의 광고 시간을 늘려주는 광고총량제를 도입했으며, 통신용으로 배정하기로 했던 주파수 일부를 지상파 방송용으로 무료로 전환 배치했다. 여기에 채널까지 2배로 늘려주는 친(親)지상파 정책을 또 추진하는 것이다.

지상파에 채널·광고 몰아주기

방통위 전영만 방송정책국장은 27일 "내년 초 방통위 전체회의에 지상파 다채널방송 추진안을 보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통위가 마련한 '지상파 다채널방송 도입 방안 초안'은 지상파 방송사가 현재 사용하는 주파수를 쪼개 채널을 하나씩 추가로 배분하는 것이다.

당초 현 최성준 위원장 체제의 3기 방통위가 지난해 발표한 '7대 정책 과제'에는 지상파 MMS가 '검토' 사안이었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나 케이블TV 등 타(他)방송사업자와는 논의도 없이 '도입'을 기정 사실화한 것이다.

그래픽=김현국 기자

특히 MMS 채널의 광고에 대한 입장도 바뀌었다. 지난해 MMS '검토' 의견에서는 '(광고가 없는) 무료방송에 한해 실시를 검토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초안에는 '프로그램을 재방송할 경우 기술적으로 분리할 수 없는 광고 유형은 예외'로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사실상 MMS로 신설되는 채널에 광고를 허용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방송업계는 '기술적으로 분리할 수 없는 광고'가 현재 지상파 방송들이 보편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간접광고(PPL·Product Placement)와 가상광고, 협찬광고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현재 지상파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에는 특정 기업의 제품뿐만 아니라 기업 로고, 제품 브랜드가 그대로 노출된 화면이 수시로 등장한다. 이처럼 프로그램 안에서 보이는 간접광고나 가상광고, 협찬 등으로 지상파가 얻는 수익이 지난해에만 2800억원에 달했다. 특히 지상파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갈수록 부진해 일반 광고 수익은 주춤하지만 간접광고와 협찬 수입은 계속 늘고 있다.

지상파들이 MMS 채널을 통해서도 이 같은 광고를 추가로 내보내는 조건으로 광고를 수주하면 케이블TV와 종합편성채널, 100여 개 중소방송채널은 물론, 인쇄매체 광고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는 국내 방송 광고시장의 60% 가까이 독과점하고 있다. 광고시장이 커지지 않는 상황에서 지상파 MMS가 도입되면 다른 중소 방송채널의 광고를 빼앗아 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적자에 허덕이는 중소 방송채널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27일 자료를 내고 "EBS 외의 지상파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MMS 도입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지상파 해결사로 나선 방통위

지상파 MMS는 노무현·이명박 정권 때도 지상파 방송사들의 요구로 추진했으나, 그때마다 독과점 논란으로 중단했다. 심지어 이경재 2기 방통위원장은 2013년 "지상파 다채널을 전면 허용했다간 방송 산업이 다 망할 수도 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만큼 타 방송매체에 끼치는 피해가 크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작년 최성준 3기 방통위원장이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최 위원장은 이른바 지상파의 '5대 숙원사업' 가운데 2개를 이미 해결해줬다. 지상파의 광고 시간을 늘려주는 광고총량제를 도입했고, 통신용으로 배치했던 주파수를 지상파의 초고화질방송(UHD)용으로 무료로 전환 배치하는 과정을 주도했다. 남은 3가지는 지상파 MMS, KBS 수신료 인상,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이다. 그중 지상파 MMS 도입을 이번에 꺼내 든 것이다. 이 때문에 방송계 일각에서는 최 위원장에 대해 '지상파 이권 해결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황근 선문대 교수는 "지상파MMS는 방송의 공공성과는 아무 상관없이 지상파를 도와주겠다는 정책"이라며 "늘어나는 협찬·간접광고 시장에서 지상파가 돈을 많이 벌게 되겠지만 힘없는 중소채널들은 시장에서 밀려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