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헬스대회 앞두고 빨리 몸을 불리려고 몸에 안 좋은 것들만 마구잡이로 먹어 댄 꼴이다. 몸무게는 늘릴 수 있지만 건강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한국거래소의 무리한 기업 상장 유치에 대한 증권업계의 평가다. 한국거래소는 지주사 전환과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한국거래소가 국내에 유일한 증권거래소다. 단일 거래소 체제이다보니 경쟁이 없고 발전도 더디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거래소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경쟁을 유도하려고 준비 중이다.

전문가들도 한국거래소의 지주사 전환 필요성 등은 인정한다. 송민규 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은 "한국거래소가 IPO를 하면 거래소의 주주들인 증권사가 거래소 운영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거래소 운영을 투명하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전 세계 증권거래소 수입의 80% 정도를 상장 거래소가 차지할 정도로 증권거래소의 기업 공개는 일반적인 추세다.

문제는 한국거래소가 기업 공개를 앞두고 몸값을 띄우기 위해 무리하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의 시가총액 총합은 1조2127억달러에 그친다. 전 세계 증권거래소 가운데 14위에 불과하다. 2005년(6532억달러)보다 두배 정도 늘었지만 순위는 한 단계 상승했을 뿐이다.

반면 한국거래소와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아시아 국가의 증권거래소는 월등한 성장세를 보여준다. 중국 상하이거래소의 시가총액 순위는 10년 전 21위에서 지금은 4위까지 올라왔다. 홍콩 증권거래소 시가총액 순위도 9위에서 6위로 상승했다.

최근 전 세계 IPO 시장 규모.

중국의 성장세가 남다르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기업 공개 규모는 397억달러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IPO 시장으로 떠올랐다. 이 기간에 실시된 IPO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3건의 IPO가 모두 중국에서 이뤄졌다. 경쟁 증권거래소보다 몸집이 작은 상태에서 기업 공개에 나서면 한국거래소에 대해 좋은 평가가 나올리 만무하다. 한국거래소가 급격한 몸집 불리기에 나선 까닭이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거래소가 시장에 나와 실적을 평가받으려면 수익성이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올해 무리하게 기업 상장을 추진하는 면도 있다"며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기업들이 자본시장에 들어왔다가 사고를 치면 사회적 비용만 많이 들어가고 자본시장을 망가뜨릴 수도 있기 때문에 기업 상장을 지나치게 많이 늘리는 것은 좋게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임기가 2016년 10월 끝나는 것도 한국거래소의 조바심을 부채질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 이사장이 거래소 지주사 전환과 기업 공개를 자신의 업적으로 남기고 싶어한다"며 "임기가 끝나기 전에 기업 공개까지 마무리하려면 일정이 촉박하기 때문에 서두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한국거래소가 상장을 위한 외형 성장에만 골몰하면 한국 자본시장의 근본적인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 연구위원은 "정보판매, 파생상품 운영 등을 통해 수익구조 다각화에 성공한 해외 증권거래소와 달리 한국거래소는 수수료 장사에만 매달리고 있다"며 "한국거래소도 외형 늘리기에만 집착하지 말고 다양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래수 숙명여대 교수는 “국내 증시 상황이 좋지 않은데 한국거래소가 상장한다고 해서 주식시장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은 중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한국거래소가 상장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려는 방안이 효과적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는 “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상장하는 일은 10년쯤 전부터 증시 발전과 거래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해 왔던 과제로, 올해 들어 갑자기 추진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