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말 기업들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갓 입사한 20대 직원들까지 퇴직 대상이 되고 있다. ‘희망’이란 이름의 퇴직이라고 기업들은 강변하지만, 사실상 젊은이들을 절망으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두산그룹 채용 홈페이지 캡쳐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8일 사무직 직원 3000명 전원을 대상으로 ‘희망 퇴직’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오는 18일까지 퇴직 신청을 받는다.

지난 2월, 9월, 11월에 이어 올 해 네 번째 퇴직 프로그램이다. 이미 60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이번 퇴직 신청은 작년 입사한 신입 사원을 포함, 사원·대리급 직원들도 대상이다. 작년 입사한 직원들은 그룹 공채로 입사, 두산인프라코어에 배치됐다. 회사에는 “23살 여직원도 퇴직 압력을 받고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지난 12월 1일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장남 박서원(36) 오리콤 부사장을 두산 면세점 최고전략책임자(CSO·전무)로 임명한 것과 대비된다. 박 전무는 뉴욕 스쿨오브비주얼아트(SVA)에 다니던 2006년 광고 회사 빅앤트를 설립했다. 빅앤트는 2014년 두산그룹 계열사로 편입됐고, 박 전무는 이후 두산그룹 계열사인 오리콤에서 크리에이티브 총괄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직원들은 SNS 등 각종 게시판에 “29살에 명퇴(명예퇴직) 당하는 경험을 다 해본다”, “제조업 건설업 기반인 회사에서 광고와 홍보에만 신경을 쓴다”며 하소연 하고 있다.

“야구선수에겐 4년에 100억원을 보장하면서 두산맨이 되려고 들어온 1~2년차 직원들은 갖은 협박과 회유로 푼 돈 쥐어주면서 추운 날 쫒아내고…” 울분을 토하는 직원도 있다.

두산그룹 계열사 임원들도 “예상보다 구조조정 강도가 세다. 이러다가 그룹 조직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신입사원들까지 내보내야 하나”라며 우려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 경기 침체 등으로 중국 사업에서 거액의 손실을 입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2465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2년 전인 2013년 당기순손실 1009억원의 2배가 넘는다.

재계 관계자는 “20대 사원까지 퇴직 신청 대상인 경우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인 것 같다”고 했다.

재계의 인사 담당자는 “겨우 교육 시키고 일 좀 시킬만한 직원들을 내보낸다는 것은 상황이 너무나 심각하다는 얘기다. 인력 수요 예측에 실패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앞으로 누가 두산인프라코어에 지원하겠냐"며 씁쓸해 했다.

STX조선해양도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퇴직을 진행 중이다. 20~30대 직원도 예외 없이 퇴직 대상이다. 지난 11일까지 퇴직 신청을 받았고, 15~16일 중으로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다.

전체 직원 2600명의 30% 수준인 700~800명보다 퇴직 신청자가 적을 경우 권고사직 절차에 들어간다. 권고사직으로 나가면 퇴직 위로금의 절반만 받는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채권단이 4500억원을 추가로 지원키로 했지만, 퇴직 절차가 진행되고 있어 회사 분위기는 침울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