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업계가 내년에 '불황 탈출'을 목표로 복합쇼핑몰을 앞다퉈 연다. 복합쇼핑몰은 쇼핑 매장과 식품관에 공연장·극장 같은 엔터테인먼트·문화·레저 시설을 결합한 시설을 말한다. 고객을 모은 다음 한 번 온 고객을 오래 머물게 하는 데 효과가 있다. 성장 한계에 직면한 백화점 3사가 수도권과 대구, 부산 등에 일제히 복합쇼핑몰을 열며 정면 대결에 나서는 것이다.

서울 강남·잠실에서 격돌

신세계백화점은 내년 2월 개장을 목표로 서울 강남점 복합쇼핑몰 증축 작업을 하고 있다. 6층짜리 신관 건물을 11층으로 높여 전체 영업 면적을 현재보다 25% 정도 넓은 8만7900㎡로 만든다. 800여개인 입점 브랜드도 1000여개로 늘린다. 조창현 부사장은 "강남점 증축이 마무리되면 영업 면적 기준으로 서울 최대 백화점이 된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내년 하반기에는 경기도 하남에 백화점과 영화관, 어린이 테마파크 등을 갖춘 교외형 복합쇼핑몰을 개장한다. 연면적 44만㎡ 규모로 축구장 70배 정도의 크기다.

롯데백화점은 서울 잠실 월드타워점을 중심으로 한 '관광쇼핑 복합단지 프로젝트'로 이에 맞선다는 전략이다. 내년 말 완공 예정인 제2롯데월드와 석촌호수의 123m짜리 '음악 분수' 등 볼거리를 중심으로 고객을 흡인하겠다는 것이다. 이강훈 롯데물산 상무는 "쇼핑 매장과 아쿠아리움, 영화관, 롯데월드어드벤처 등을 결합해 '원 스톱' 관광·유통 랜드마크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올 8월 개장한 판교점을 거점으로 강남과 경기 남부권 고객들을 더 많이 빨아들인다는 방침이다. 내년 상반기 중에는 서울 송파구 장지동 가든파이브에 도심형 아웃렛도 연다. 압구정 본점도 2개 층을 증축하는 작업에 돌입한다.

대구·부산에도 복합쇼핑몰

또 다른 격전지는 대구다. 롯데와 현대백화점이 양분(兩分)하던 지역 상권에 신세계가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 쇼핑몰을 열며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신세계는 대구점을 지하 7층, 지상 9층 규모로 패션과 엔터테인먼트, 패밀리 테마파크 등을 결합해 지어 대구·경북 지역의 새 랜드마크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롯데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타깃 마케팅으로 기존 고객 지키기에 나선다. '신(新)대구부산 고속도로' 수성IC 인근 7만7000㎡ 땅에는 내년 중 교외형 복합몰을 착공해 2018년 완공한다는 목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루이비통·에르메스·샤넬·카르티에 등 4대 명품점을 모두 보유한 대구점의 강점을 더 살리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롯데의 텃밭'인 부산과 경남에서는 신세계의 공세가 성공할지 주목된다. 신세계는 주차장으로 쓰던 센텀시티 1만8000㎡ 부지에 내년 3월 '라이프스타일 센터'를 연다. 롯데는 부산본점에 지상 9층 규모의 판매 시설을 추가로 짓는다.

일각에선 복합쇼핑몰 경쟁이 유통 업계 전반의 경쟁력을 약화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단순한 외형 키우기로 일관한다면 경기가 더 나빠질 때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며 "고객 트렌드와 상권(商圈)에 대한 정교한 분석을 바탕으로 집적(集積)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