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는 내년 1월 5일부터 일부 아멕스 계열 카드 포인트의 항공·호텔 마일리지 전환 비율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삼성카드 포인트 15점을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1 마일리지로 바꿔줬지만, 내년부터는 대한항공 1 마일리지를 얻으려면 카드 포인트 25점이, 아시아나항공은 20점이 필요해졌다.

비수기 동남아 왕복 항공권을 사는 데 드는 항공사 마일리지가 4만마일리지 정도로, 기존에는 삼성카드 포인트 60만점 있으면 동남아 여행을 갈 수 있었는데 내년부터는 80만~100만점을 쌓아야 한다. 통상 카드 사용액의 0.5~1% 정도가 포인트로 적립되는 것을 감안하면, 예전엔 6000만~1억2000만원을 카드 결제하면 마일리지를 이용해 동남아 여행을 갔다 올 수 있었지만, 내년부터는 2억원에 가까운 돈을 써야만 동남아 항공권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금융 당국이 내년 1월부터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끌어내리자, 줄어들 수익을 벌충하기 위해 이처럼 카드사들이 카드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혜택을 줄이고 있다. 지난 11월 금융 당국은 연매출 2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에 대해 가맹점 수수료를 1.5%에서 0.8%로 낮추고, 연매출 2억~3억원의 중소 가맹점은 2.0%에서 1.3%로 낮추기로 했다.

◇카드사들, 앞다퉈 서비스 줄이기 시작

수익 벌충을 위한 서비스 축소는 다른 카드사들도 마찬가지다. 신한카드는 The ACE SKYPASS 카드, The BEST 카드, Hi-Point RPM 카드 등 10개 카드를 올해까지만 신규 발급한다. RPM카드는 전월 실적에 상관없이 주유 시 L당 100원(휘발유 기준)을 적립해줘 이용자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었다. KB 국민카드도 '포인트리' 시리즈 4종을 비롯해 27개 카드를 내년부터 새로 발급하지 않는다. 금융포인트리 카드의 경우 전월 실적에 상관없이 사용액의 0.5%를 적립해주는 데다 주유·통신·대형 할인점 등에서는 3%까지 포인트 적립이 가능해 카드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알짜 카드'로 꼽혔다. 카드사 측은 "카드 상품이 만들어진 지 오래돼 카드 부가서비스가 최근 고객의 요구와 맞지 않아 신규 발급을 중단한다"고 밝혔지만, 내년에 이 카드 상품을 대체하기 위해 출시될 카드가 기존에 버금가는 혜택을 주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정훈 연구위원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 감소가 불가피한 카드사들이 서둘러 부가서비스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바다. 지난 12월 초 국회 입법조사처 최지현 조사관은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방안 관련 쟁점 및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카드사들이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ATM기 수수료나 연회비,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금리 등을 인상하고 소비자 혜택과 서비스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 소비자들에게 비용 전가

지난해 전체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2조 1696억원이었다. 여기에서 내년에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는 6700억원을 빼면 이익 규모는 최근 5년 새 카드사들의 이익이 가장 적었던 2012년(1조3026억원)에 근접하게 된다. 카드사 관계자는 "인건비, 광고비 등 회사 내부에서 드는 비용을 줄이려고 노력하겠지만, 이것으로 안 될 경우 부가서비스를 줄이는 등 고객에게 쓰는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8개 전 업계 카드사 중 1~2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카드사가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소상공인들의 표를 의식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측면이 있는데, 이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크지 않은 반면 카드 이용자들의 혜택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카드 이용자는 불만이다. 직장인 이모(33)씨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일반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혜택이 늘기는커녕 종전에 있던 카드 혜택마저도 줄어들게 됐다"면서 "과연 누구를 위한 가맹점 수수료 인하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