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저성장 조짐이 확연한 국내 유통업계에서 편의점 업계가 '나 홀로 호황'을 질주하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올 들어 이달 현재까지 전국에서 2400여개 편의점이 새로 문을 열었다. 24시간 영업과 편리한 접근성이라는 강점에다 1~2인 가구 증가와 소량 구매 패턴 확산이 겹치면서 '편의점 3만개 시대'가 가시화되고 있다.

CU·GS25·세븐일레븐 등 기존 '빅 3' 편의점이 새로운 서비스 경쟁을 펼치는 한편 후발 기업인 신세계 위드미는 이달 중순 1000호점을 개장한다. 중견 건설사인 서희건설도 최근 '로그인' 점포를 인수하며 편의점 시장에 뛰어들었다.

1년 새 매출 30% 늘고 2400여개 생겨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올 들어 9월 말에 이미 지난해 총 매출(3조5021억원)에 버금가는 매출액(3조4098억원)을 올렸다. BGF리테일의 CU와 코리아세븐의 세븐일레븐도 올 들어 3분기까지 매출이 작년 대비 30% 정도 늘었다.

지난달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2015 서울카페쇼’에 편의점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참여한 세븐일레븐의‘세븐 카페’체험(體驗) 매장. 총 600여개사가 참가한 이 행사에 편의점 기업이 매장을 연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김도훈 산업연구원(KIET) 원장은 "한국 산업계에서 30% 정도 성장하는 업종은 편의점이 유일무이하다"며 "고객 1인당 구매 단가(單價)가 늘어난 데다 매장 숫자도 많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편의점 고객 1인당 한 번에 사는 금액은 2010년 3784원에서 지난해 4382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4500원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밝혔다. 올 들어 GS25와 CU는 700여개, 세븐일레븐은 470여개 매장을 각각 늘렸다.

편의점들은 도시락을 파는가 하면 중저가 원두커피 사업도 벌인다. 자체 브랜드(PB) 상품과 택배·금융·사무 보조 등 생활 편의 서비스도 확장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드립 커피를 판매하는 '세븐 카페'를 연말까지 1000개로 늘리고 편의점 안에서 입금까지 가능한 자동화기(ATM기)를 내년까지 3000여 매장에 설치한다. 위드미는 이마트의 인기 상품을 파는 제휴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CU는 요리연구가 백종원씨와 손잡고 이달 10일 도시락 2종을 새로 출시한다. 이미 세븐일레븐과 GS25는 '혜리 도시락'과 '김혜자 도시락'을 판매 중이다. 일부 편의점 점포는 빵을 구워 팔거나 피자나 닭튀김을 파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오경석 편의점산업협회 기획팀장은 "IT를 활용해 매장에 들어선 고객들의 스마트폰에 할인 쿠폰을 자동으로 띄우는 마케팅 기법도 도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업종은 호황… 店主 매출은 감소"

하지만 편의점 최고 선진국인 일본과 견줘보면 국내 편의점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일본 유통업계 총 매출에서 편의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7% 정도지만 한국은 3%대로 절반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사회·경제구조가 일본을 닮아 진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편의점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아직 크다"고 지적한다.

주목되는 것은 일본 편의점의 상품과 서비스가 훨씬 다양하다는 점이다. 일례로 일본 편의점은 도시락은 물론 반찬류까지 판다. 반찬 품목도 조림·절임·볶음류에다 생선과 육류까지 포함한다. 택배 제공에다 만화책 대여 서비스도 제공한다. 오재용 세븐일레븐 상무는 "일본 편의점은 같은 도시락이라도 지역별로 인기 있는 간장을 달리 이용해 만든다"며 "일본 편의점 PB 상품은 업계 1등 브랜드와 협업해 만드는 최고급품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편의점은 반경 500m 최근접 상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모바일 쇼핑과도 겨뤄볼 만한 오프라인 유통 업종"이라며 "다양한 상품과 부가 서비스가 결합된 지역 밀착형 유통 거점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편의점 업종 팽창과 가맹점주들 소득 증가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장 수가 늘어날수록 개별 편의점의 평균 매출은 줄어드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 가맹점주는 "일본은 현재 인구 2500명당 한 개 정도 편의점이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이미 1800명당 한 개 점포꼴로 과포화 상태"라며 "점포 수가 많아질수록 점주(店主)들은 매출이 떨어져 답답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