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수퍼카'로 불리는 수억원대 고급 수입차를 업무용으로 구입해서 타면 절세(節稅) 효과가 커지는 '이상한 세제'가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의 '몽니'로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국회 조세소위원회에는 업무용 수퍼카에 대한 비용 처리를 3000만원까지만 인정하는 법안이 올라와 있다. 이달 말까지 조세소위를 통과해야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지만 기재부의 반대로 법안 개정이 무산될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은 "기재부가 외국과의 통상 마찰 우려라는 해괴한 논리로 국회의원 입법과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高價車 구입할수록 세금 적게 내

현행 업무용 차량 관련 세제는 과세(課稅)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는다. 대당 2억5000만원짜리 고급 승용차인 벤틀리를 업무용 차량으로 등록한 뒤 실제로는 자녀 통학용으로 이용해도 5년간 1억3532만원 정도 세금을 아낄 수 있다. 웬만한 대형차 2대를 사고도 남는 돈이다. 차량 구입비와 기름값·보험료·통행료까지 경비로 인정해 세금을 내지 않도록 하는 현행 세제 덕분이다. 반면 자영업자가 1600만원짜리 현대 엑센트 1.6을 사서 업무용으로 쓰면 5년간 절약되는 세금이 1452만원 남짓이다. 비싼 차를 탈수록 절세 효과가 크다 보니 수퍼카 구매는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롤스로이스 팬텀(5억9000만원) 5대, 벤틀리 뮬산(4억7047만원) 6대, 롤스로이스 고스트(4억1000만원) 28대 등은 모두 업무용 차량으로 등록됐다.

"경비 처리 줄이면 세수 1조4000억 늘어"

여야 의원들은 비싼 차를 탈수록 세제 혜택이 커지는 세제를 고치기 위해 경비처리 상한선을 두는 법안을 제출했다. 공통적으로 업무용 차량 인정 범위 축소가 골자이다. 새누리당 김종훈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김동철·윤호중 의원은 구입비에 대해 3000만원까지만 경비 처리를 허용하는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이 법안이 처리되면 한 해 정부의 세수(稅收)가 1조4000억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국가 세수도 늘리고 서민들의 박탈감도 줄일 수 있는 방안인 셈이다. 기재부의 수정안은 최경환 부총리가 올 9월 국정감사에서 "(업무용차 비용 처리 상한 설정을) 국회 조세 심의 과정에서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한 발언과도 어긋난다. 기재부 수정안은 차량 구입 및 유지 비용에 대해 연간 1000만원까지 세제 혜택을 차량 가격 100%에 도달할 때까지 주는 게 핵심이다. 여기에다 운행일지 작성을 통해 업무사용 비율만큼 경비 처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가장 손쉽고 간편한 방법인 경비처리 상한선 설정은 거부했다.

"경비처리 상한선 설정이 글로벌 스탠더드"

기재부는 업무용 차량 경비처리 상한선을 두지 않는 이유에 대해 "자칫 고가 수입차 차별 인상을 줘 외국과의 '통상 마찰'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통상교섭본부장 출신인 새누리당 김종훈 의원은 "모든 차량에 적용될 한도를 설정하는 것은 정당한 조세정책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한·미 FTA와 한·EU FTA 위반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차 메이커들도 정부의 제도 변경에 대해 "통상 마찰 요소라고 보기 힘들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캐나다와 호주도 업무용차 구입비에 대해 우리 돈 약 2600만원, 호주는 4600만원까지만 세제 혜택을 준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선진국이 업무용차 구입비에 대한 비용인정 상한선을 두는 것은 필요 이상의 고가차 구매를 자기 과시용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며 "상한선 설정이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말했다.

고계현 경실련 정책실장은 "조세형평성 제고 차원에서 정부가 앞장서 상한선 설정을 설득해야 할 텐데 우리 기재부는 '통상마찰 소지가 있다'는 이해할 수 없는 논리로 이를 가로막고 있다"며 "정부의 이런 태도가 향후 외국 정부에 통상마찰을 일으키는 명분을 주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