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벤츠와 같은 최고급 차량을 호출하는 서비스 ‘카카오택시 블랙’을 출시한다고 20일 밝혔다. 카카오는 빠르면 이달 말 서울시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아 시범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다. 시범 서비스에 사용되는 차량 100대 중 90대는 벤츠 ‘E클래스’ (3000cc급)다.

카카오택시 블랙

카카오택시 블랙은 미국 회사 우버가 운영하는 ‘우버 블랙’을 벤치마킹한 서비스다. 서울시는 우버 블랙을 불법 콜택시로 보고 규제에 나섰지만, 카카오 블랙에 대해서는 인가를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택시 블랙의 특징을 3가지로 정리했다.

① 택시조합과 MOU…기사는 완전 월급제

카카오는 어떻게 법망을 뚫고 택시 업계의 반발을 잠재우며 카카오택시 블랙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었을까. 카카오가 서비스를 내놓기 전에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과 고급택시 서비스에 관한 업무협약(MOU)를 맺은 것이 주효했다. 이 MOU에 따라 택시조합은 서울 시내 택시 회사들이 카카오 고급 택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시범 서비스에는 조합 측의 권유를 받은 택시 업체 16군데가 참여한다. 택시 업체는 벤츠 등 차량을 갖추고 기사를 고용한다. 카카오 측은 운전기사의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완전 월급제를 도입하기로 택시 업체와 논의를 끝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블랙 택시 기사는 ‘승무원’이라고 불리며 유니폼을 입는다. 승무원 월급은 월 300만원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카카오 측은 지난 9월 국토교통부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았다면 이 서비스를 출시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행령 개정으로 ‘택시 갓등’이나 ‘미터기’를 달지 않는 고급 택시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고급 택시는 정부가 정한 요율대로 요금을 받지 않아도 된다. 정부에 요금제를 신고하면 된다. 단, 고급 택시의 경우 길거리에서 손님을 무작위로 태울 수 없고 예약 서비스만 가능하다.

② 높은 요금과 카카오페이 연동...처음부터 수익 노린다

카카오택시 블랙의 운전 기사는 고정 월급을 받으며 일하게 된다. 사진은 카카오블랙 서비스에 사용될 차량.

카카오는 지난 3월 31일 택시를 호출하는 카카오택시 앱을 내놓았다. 이 앱 이용자수는 550만명, 운전기사는 16만명, 총 누적 콜수는 3000만건에 이른다. 이 앱이 큰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무료이기 때문이다. 이용자도 운전사도 카카오 측에 수수료를 내지 않는다.

카카오블랙은 다르다. 20일 카카오가 발표한 서비스 전략에 따르면, 카카오블랙은 처음부터 철저하게 수익을 추구한다. 일단 요금 결제는 카카오 페이로만 가능하다.

요금도 비싸다. 기본요금은 최저 8000원으로 경쟁자인 우버의 5000원보다 높다. 또 거리시간 병산제에 따라 요금이 늘어나는데, 요금은 일반 택시 2.5배, 모범 택시 요금의 1.5배에 달한다. 종각 - 여의도(10Km) 구간의 경우 일반 택시 1만500원, 모범 택시 1만6200원, 카카오블랙 2만6200원이다. 부천 - 강남역(28Km) 구간의 경우 일반 택시 2만3500원, 모범 3만8600원, 카카오블랙 5만600원이다.

정주환 카카오 부사장은 “택시 회사들이 고급 차량을 구매해야 하고 완전 월급제의 기사를 고용해야 하기 때문에 요금을 다소 높게 책정했다”고 말했다.

③ “최고급 소비만 노려도 카카오블랙 1000대까지 가능”

카카오 측은 카카오블랙이 모범 택시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인용 출퇴근 서비스 외에 비즈니스 의전, 호텔과 공항의 픽업 서비스, 노인과 환자 등 교통 약자의 택시 이용, 학원과 어린이집 픽업 서비스, 각종 이벤트 등에서 이용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 부사장은 “시범서비스에서는 차량 100대 수준 정도만 운영될 예정이지만, 연말이면 200대까지 늘어날 것”이라면서 “새 수요처를 잘 발굴하면 서울에서만 카카오블랙 서비스용 차량으로 1000대 운행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