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의 미래는 앱입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애플tv 전용 앱(응용프로그램) 생태계 구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애플은 9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빌 그레이엄 시빅 오디토리엄에서 신제품 공개 행사를 열고 신형 ‘애플tv’를 소개했다. 지난 2012년 이후 3년 만에 애플tv 신제품을 공개한 것이다. 말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음성인식 기능 ‘시리(Siri)’와 터치 리모컨을 내세워 보다 쉽게 TV를 작동시킬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사용자는 신형 애플tv에 탑재된 시리를 통해 영화나 TV시리즈를 추천받고 별도의 리모컨 조작 없이도 TV를 제어할 수 있다. 애플은 지난달 언론에 배포한 행사 초대장에 ‘Hey Siri, give us a hint(이봐 시리, 우리에게 힌트를 줘)’라는 문구를 넣었다. 아이폰 신제품이 아닌 TV 신제품에서 시리 기능을 추가할 것임을 암시한 셈이다.
사용자가 시리에 특정 배우의 작품이나 특정 장르의 영화를 소개해달라고 말하면 애플tv는 이에 어울리는 작품들을 추려 화면에 띄운다. 영화 시청 중 잠시 딴 짓을 하다가 대사를 놓친 경우에도 시리에 “대사를 다시 듣고 싶다”고 요청하면 된다. 애플tv는 화면을 15초 전으로 되감아 재생시킨다. 드라마를 보면서 날씨 등 다른 정보를 검색할 수도 있다.
이번에 애플은 셋톱박스와 블루투스 4.0으로 연결해 사용하는 ‘터치 리모컨’도 함께 선보였다. 리모컨 앞부분의 넓은 공간에 손가락을 대고 움직여 애플tv를 조작하면 된다. 라이트닝 단자를 통해 리모컨을 충전하면 3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다.
터치 리모컨에는 가속도계와 자이로센서 기능이 탑재돼 있어 게임 컨트롤러로 활용 가능하다. 이날 애플은 리모컨을 야구 방망이처럼 쥐고 휘둘러 날아오는 물체를 때리는 게임을 행사장에서 직접 시연하기도 했다. 아이폰, 아이패드 등과 연동해 두 사람이 동시에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이 밖에 애플은 애플tv를 통해 집안에서 쇼핑을 즐기거나 메이저리그 야구경기를 관람할 수도 있다고 소개했다. 야구 시청의 경우 시합을 보면서 지난 경기 기록, 선수 정보 등을 화면에 띄워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화면을 2개로 나눠 두 경기를 동시에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앞으로 애플tv 전용 앱 개발이 더 활발해지고 종류가 다양해지면 터치 리모컨의 쓰임새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날 쿡 CEO는 애플tv를 소개하면서 “TV의 미래는 앱”이라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애플tv 전용 앱 생태계를 더욱 활성화할 계획임을 밝힌 것이다.
애플은 애플tv 전용 운영체제(OS)인 ‘tvOS’의 베타(시험) 버전을 이날부터 공개하고 개발자들의 참여를 촉구했다. tvOS는 iOS를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사용자가 구입한 각종 게임을 애플tv뿐 아니라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도 즐길 수 있다.
애플tv 제품 사양은 64비트 A8 프로세서와 블루투스 4.0, IEEE802.11ac 무선랜 등이다. 셋톱박스와 TV 간 연결은 셋톱박스 뒷면에 달린 고화질 영상단자(HDMI)를 이용하면 된다. 뒷면에는 HDMI와 이더넷 단자가 함께 장착돼 있다.
애플tv의 가격은 32기가바이트(GB) 모델이 149달러(약 17만8000원), 64GB 모델이 199달러(약 23만8000원)다. 에디 큐 애플 수석 부사장은 “일반 출시는 오는 10월 말에 이뤄질 예정”이라며 “우선 8개국에 출시한 뒤 올해 안으로 출시 국가를 100개국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