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우 대원제약 중앙연구소장

―레나메진 캡슐 개발 배경은?

만성신부전증은 발병되면 단계를 거쳐 혈액투석이나 신장이식 등으로 이어지는 무서운 질병이다. 2~3일 간격으로 시행되는 혈액투석은 환자에게 있어 통증과 불편함 등을 유발하여 가장 피하고 싶은 처치 방법 중에 하나인데 이런 혈액투석을 지연시켜주는 의약품이 바로 구형흡착탄이다. 만성신부전증 환자는 2009년 약 9만명에서 2013년 기준 15만명으로 5년간 연평균 13.6%씩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고령화로 만성신부전증에 대한 유병률이 계속 증가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의약품은 전부 일본수입품이 차지하고 있어 우수한 품질의 국산 구형흡착탄에 대한 개발이 시급했다고 판단했다.

―기존 일본제품과 레나메진 캡슐의 차이점은?

일단 가장 큰 차이점은 출발점이 되는 원료다. 일본제품은 석유계 피치(pitch)를 탄소원으로 해 제조했으나, 이는 압축강도가 약하고 표면이 거칠기 때문에 소지 중 쉽게 부서져 흡착력이 저하되거나, 장내 유익성분을 흡착해 선택흡착력이 저하되는 결과를 보였다. 또한 일본의 오리지널 제품을 복제한 제품은 비표면적이 낮아 요독소(장내세균이나 대사과정에서 생성되는 노폐물로서 인체에 독성을 나타내고 신장기능을 손상시켜 만성신부전의 진행을 촉진함)를 제거하는 가장 중요한 효능이 떨어지는 결과를 보였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요독물질의 흡착력 증가 외에 압축강도가 강하고, 표면이 매끄러우며, 비표면적이 높은 제품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에 오리지널 제품의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출발물질을 석유계 피치(pitch)가 아닌 열경화성 수지를 사용했다. 결국 다년간의 연구 끝에 압축강도가 높고, 비표면적이 높은 제품을 개발해 선택적으로 몸 속에 있는 요독소만 제거함은 물론, 일본의 오리지널 제품 대비 선택흡착력이 높은 국산원료를 개발할 수 있었다.

―제품 개발 시 어려움은 없었나?

개발 당시 일본회사가 가지고 있던 제품제조관련 특허가 8개나 등록돼 있어 이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모든 것을 원점에서 시작할 수 밖에 없었던 우리로서는 우선 구형흡착탄의 원료가 되는 탄소원을 전혀 다른 방법으로 합성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또한, 특허를 회피하기 위해 요독소 흡착에 가장 중요한 기공의 크기, 배열, 표면잔기(구형흡착탄의 표면에서 전기적 특성을 지녀, 전하를 띤 독소를 흡착하는 작용을 하는 기능) 등 약효를 나타내는 특성을 달리하는 그야말로 전혀 다른 제품을 개발해야 했다. 그 결과 8년이라는 개발 기간을 거쳐 오리지널 구형흡착탄 제품이 보유하고 있던 8개의 특허 중 7개를 회피하고 가장 중요한 원료물질의 합성에 대한 특허는 대법원의 판결을 통해 오리지널사의 특허를 무효화 시키면서 기술차별성을 입증받았다. 이 과정에서 대원제약은 신규탄소원 제조와 관련된 국제특허(PCT) 2건 및 국내특허 2건을 출원하는 쾌거도 이뤘다.

―레나메진 캡슐 개발의 가치를 말한다면?

만성신부전증은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대표적인 성인병에서 유발되는 경우가 많은 질환으로, 향후 고령화 인구의 증가로 인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질환이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혈액투석이나 신장이식을 해야 하는데, 이러한 치료방법은 환자의 삶의 질을 파괴하게 된다. 그 중 혈액투석을 지연시킬 수 있는 제품이 레나메진 캡슐이다. 이 제품을 사용하게 되면 첫째, 혈액투석지연을 통해 환자의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고 둘째,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QOL(Quality Of Life)계의 제품이며 셋째, 향후 수입대체효과로 인해 국가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된다.

―언제 시판되나?

레나메진 캡슐은 지난 5월 식약처 허가를 받았으며, 8월부터 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의해 사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으로 시판될 예정이다. 우리 연구팀은 제품발매 후에도 전국 주요 대형병원에서 제품의 효능과 복용편의성 등에 대한 4상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대원제약이 개발한 구형흡착탄의 품질에 대한 자신감에서 출발한 것으로서 이번에 대원제약이 국산화 한 레나메진 캡슐의 우수성이 다시 한 번 입증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 수출 협약은 어떻게 맺게 됐나?

일본 내 구형흡착탄 시장규모는 지난해 기준(IMS Health) 약 1600억원으로, 단일제품으로서는 적지 않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중 오리지널 제품의 점유율이 95%에 이를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는 오리지널 제품을 대체할만한 제품이 지금껏 없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레나메진 캡슐은 일본의 오리지널 제품과 견줄 수 있는 효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제품으로 평가 받는다. 이를 바탕으로 대원제약은 지난 6월 일본의 후지케미컬사와 레나메진 캡슐의 일본 내 수출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기술에 대한 자존심이 매우 강한 일본 기업이 먼저 수입을 요청한 것은 이례적인 사건이다. 현재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 대만 등에도 제품을 수출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