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프리미엄 스마트폰 ‘G4’를 야심차게 출시했던 LG전자(066570)가 기대와 달리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LG전자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삼성전자(005930)중심의 시장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오히려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LG전자는 정부에 단통법이 규정한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해 줄 것을 요청했다.

LG전자가 지난 4월 전략 스마트폰 ‘G4’를 출시했지만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 한때 단통법 찬성…지금은 정부에 “보조금 상한제 없애달라”

2일 통신업계와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잇따라 찾아가 단통법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탄원(歎願)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래부 관계자는 “LG전자 측에서 PPT(파워포인트) 발표 자료를 직접 들고와 단통법 시행 이후 회사와 관련 업계의 상황을 전하고 돌아갔다”며 “단말기 지원금(보조금) 상한제 폐지를 강력하게 건의했다”고 말했다.

현재 단통법에서는 단말기 보조금 상한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가 출시 15개월 이내의 스마트폰을 구입할 경우 단말기 보조금 명목으로 최대 33만원까지 지원하는 제도다. 여기에 휴대폰 판매점이나 대리점은 보조금의 15%까지 추가 지원금을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내 출고가 82만5000원짜리 G4를 보조금 최대치(33만원)와 판매점 추가 지원 15%(4만9500원)를 모두 받고 구입했다면, 개인 부담금은 44만5500원이 된다. 출시 15개월이 지나면 보조금 상한선은 풀린다.

LG전자는 미래부와 방통위에 “정부가 단말기 보조금 규모를 규제한 이후 휴대전화 유통 시장이 얼어붙었다”며 “특히 애플과 삼성에 비해 브랜드 파워가 약한 LG전자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규제로 각 업체의 스마트폰 가격이 비슷해지자 소비자들이 브랜드 인지도가 큰 제품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아틀라스리서치컨설팅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단통법 시행과 함께 애플 아이폰6가 출시된 이후 LG전자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22.1%에서 11.5%로 하락했다.

이 같은 LG전자의 태도는 단통법 도입을 찬성했던 1년 전과는 180도 달라진 것이다. 당초 LG전자는 단통법이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 구도를 뒤흔들 것으로 예상했다. 단통법 도입을 적극 지지했던 이유다. 그러나 보조금 규제로 고가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G4까지 피해를 입자 태도를 바꿨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LG전자는 한때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3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했던 기업인데 지금은 신제품이 나와도 이슈가 되지 않는다”며 “단말기 보조금 상한제로 가격 경쟁력을 잃고 주력 모델의 판매가 부진해지니까 상황의 위급함을 깨닫고 정부에 탄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전자 측은 “국내 스마트폰 시장 자체가 많이 침체된 상황인 만큼 보조금 상환제가 폐지되면 시장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준호 LG전자 사장은 올해 4월 2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G4 공개 행사 무대에 올라 전략 스마트폰 G4를 직접 소개했다.

◆ 국내 유통가 “G4 존재감 제로”…“해외시장 집중” 전망 우세

G4의 판매부진은 스마트폰 유통업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서울 용산 전자랜드 1층에서 휴대폰을 판매하는 한 남성 직원은 “아이폰은 중고 제품도 인기가 좋고, 갤럭시S 시리즈는 꾸준히 팔리는 편이지만, G4는 문의하는 손님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휴대전화 대리점 관계자도 “스마트폰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의 90% 이상이 애플 아니면 삼성 제품을 찾는다”며 “G4를 염두에 두고 오는 고객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G4 하루 판매량은 1000여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에서도 LG전자의 실적 전망치를 내려잡고 있다. 대신증권은 올해 2분기 LG전자 MC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을 1020억원에서 560억원으로 460억원 낮췄다. NH투자증권은 950억원에서 640억원으로, 한국투자증권은 1150억원에서 680억원으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지목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국내시장의 영업환경 악화로 실적 개선이 지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LG전자가 앞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 회사 제품은 북미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LG전자의 지난해 3분기(7~9월) 북미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6.3%다. 7.4%를 기록한 2013년 3분기보다 두 배 이상, 직전 분기인 지난해 2분기보다 4.4%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4조252억원을 기록해 3조783억원을 벌어들인 2013년 3분기를 훌쩍 뛰어넘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책임지는 조준호 MC사업본부장(사장)도 지난 4월 29일 한국이 아닌 미국 뉴욕 맨해튼 원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 열린 G4 공개 행사에 참석해 북미 시장에 신경쓰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조 사장은 “전작(前作) G3의 누적 판매량이 1000만대 정도로 예상된다”며 “이보다 20%는 더 팔아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