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GS25는 '통장어 덮밥' 도시락을 올여름 주력 상품으로 내놓는다. 50g짜리 바닷장어 한 마리가 포함된 4500원짜리 메뉴다. 홍성준 GS리테일 식품연구소장은 "편의점 도시락에 제대로 된 장어가 나오는 것은 처음"이라며 "든든한 한 끼 식사를 원하는 '편도족'(편의점 도시락을 즐기는 사람들)을 겨냥해 4개월간 준비했다"고 말했다.

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리테일 식품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GS25편의점 도시락에 사용될 반찬의 맛과 향을 테스트하고 있다.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하는 도시락 시장 쟁탈전이 뜨겁다. 편의점과 대형 마트, 식품·도시락 업체가 2조5000억원대 시장을 놓고 혈투를 벌이고 있다.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 증가, '혼밥(혼자 밥 먹기)' 문화 확산 등으로 국내 도시락 시장은 3조원 돌파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다.

두 자릿수 고속 성장… 다양한 신제품들

가장 활발한 곳은 편의점이다. CU는 '국민밥상', GS25와 세븐일레븐은 각각 '김혜자 도시락'과 '혜리 도시락'을 앞세워 3파전을 펼치고 있다. CU는 다음 달 '캐슈넛치킨도시락' 출시를 앞두고 최종 식감(食感) 테스트 작업 중이다. GS25는 농촌진흥청이 지역별 우수 쌀로 인정한 '탑 라이스'로 밥을 짓고, 세븐일레븐은 7명의 밥 소믈리에가 밥맛을 별도 관리한다. 올 상반기 편의점 3사의 도시락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최대 90% 정도 늘었다.

대형 마트는 데워서 바로 먹는 가정간편식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이마트는 삼원가든 갈비탕, 대구 송림동태탕 등 맛집 제품을 포함, 300여종을 자체 브랜드(PB) '피코크' 상품으로 내놓았다. 홈플러스는 올초 한우사골곰탕·도가니탕·바비큐폭립 등 40여종으로 시작한 '싱글즈 프라이드'의 제품군을 최근 100개로 늘렸다.

건강과 다이어트 효과를 앞세운 '특화 도시락 업체'도 등장했다. 본도시락을 만드는 본아이에프는 두 겹짜리 보온 단열 용기에 국물을 담은 제품이 호평을 받으면서 관련 매출이 120% 정도 늘었다. 풀무원건강생활의 '잇슬림'은 40여종의 저염(低鹽)·저열량 도시락을 냉장 체인을 통해 가정과 사무실에 배달하는데 매일 이용 고객이 3000명에 달한다.

식품업체들은 컵이나 봉지에 담아 간편하게 조리해 먹는 즉석밥을 내놓고 있다. 냉동밥 형태의 '청정원 곤드레나물·취나물밥'과 최근 건더기를 늘린 '컵밥' 리뉴얼 제품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스토리 담은 프리미엄 도시락 상품 나와야"

전문가들은 "국내 도시락 산업이 성장하려면 다양한 유통 채널과 연계한 새 시장 창출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최근 '택배 전쟁'이라 불리는 업체 간 배송 속도 경쟁이 도시락 시장 확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고급 과일과 야채를 곁들인 프리미엄 도시락을 가정과 사무실에 정기(定期) 배달받으려는 잠재 수요가 상당하다"며 "업체들이 저가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재료나 조리법에 대한 특별한 스토리를 담은 도시락 상품을 지속적으로 내놓는 게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를 계기로 급속히 확대되는 실버 산업의 한 축(軸)으로 도시락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박동준 한국식품연구원 전략산업연구본부장은 "일본 업체들은 도시락 포장에 식재료의 단단한 정도와 씹어서 삼키기 쉬운 단계 등을 표기하며 노인과 환자 시장을 세밀하게 공략했다"며 "한국 기업들도 벤치마킹할 만한 점"이라고 말했다. 동원그룹의 식자재 계열사인 동원홈푸드는 최근 병원 환자를 대상으로 간편식 시장에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