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형 고금리 상품+최저보증이율 리스크 더해져
"예상은 했지만…저금리 장기화 되면 큰 부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1.75%로 인하하자 보험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10년 이상의 장기상품을 다루는 보험사들은 국공채 등 금리는 낮지만 안전한 자산으로 주로 자산운용을 하고 있어 저금리 기조 장기화에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2000년대 한자릿수 중후반대의 확정형 금리로 상품을 팔았던 대형 생명보험사들은 역마진 리스크가 더 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에) 굉장히 나쁜 뉴스"라며 "(보험사) 경영진들은 지금 비상이 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 생보사 고위 임원은 "생보업계는 초긴장 상태"라며 "운용수익은 날로 떨어져가는데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세창 홍익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일본도 과거 고정금리로 팔았던 상품들이 문제가 되면서 2000년대 초반에 지급불능사태로 많은 보험사들이 파산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2000년대 고금리 시절에 내다 팔았던 확정형 금리의 생명보험 상품이 문제다. 당시 기준금리는 4~5%에 달했었다.

지난해 6월말 기준 생명보험업계가 보유한 5% 이상 고금리 확정형 상품의 비중은 33.1%로 140조원에 달한다. 이 중 71.1%인 100조원을 삼성, 한화, 교보 등 대형사가 보유하고 있다. 이들 생보사는 지난해 수백명에서 천명에 이르는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많은 보험사들이 2010년을 전후로 금리위험이 적은 금리 연동형 상품으로 전환했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태다. 최저보증이율이라는 특수한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최저보증이율은 예정이율(보험상품의 금리)과 상관없이 보험사가 지급을 보증한 이율이다. 예를들어 최저보증이율이 2%인데, 예정이율이 1%대라면 역마진이 나는 구조다.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가 보험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강승건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저금리 기조가 계속 되고 있었던 만큼 시장에서도 예상을 하고 있었고 채권금리도 이미 반영돼 있어 오늘 기준금리 인하가 당장 보험사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재림 보험연구원 연구위원도 "(보험사에) 좋은 시그날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장기상품인 보험의 특성상 당장 보험사의 건전성이 나빠지거나 영업활동에 악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며 “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