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하루 앞두고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1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조기 금리 인상에 대한 전망이 힘을 얻으며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오는 12일 열리는 금통위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가 전격 인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원화가 약세를 보인 영향이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9원 오른 1126.5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13년 7월 10일(1135.8원) 이후 20개월 만에 최고치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1122.6원으로 2013년 8월 22일(1123.0원) 이후 19개월 만에 최고치였는데 이마저도 넘어선 것이다.

지난 6일까지만 해도 1090원선 근처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은 미국 조기 금리 인상설이 제기되며 9일 10원 넘게 급등해 1110원선을 넘었고, 10일에는 1120원선도 돌파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사흘 동안 27.8원 올랐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2.4원 오른 1125.0원에 거래를 시작해 장중 상승폭이 커졌다. 오후 한때 1129.6원까지 올라 1130원선에 육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 후반 상승폭이 줄어 1126.5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 외환 전문가는 “원달러 환율이 1130원 선 앞에서 갑자기 상승폭을 줄인 것으로 판단해보건대 외환 당국이 외환시장의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일부 속도 조절성 외환 개입을 단행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가 5일(현지 시각) 전문가들의 예상을 웃도는 고용 지표를 발표했고, 고용 지표가 호조를 보이자, 미국이 이르면 6월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반대로 일본의 지난해 4분기 경제 지표는 예상을 밑돌았다. 이 때문에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는 강세를 보였고 엔화는 약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날 공개된 2월 한은 금통위 의사록은 원달러 환율을 추가로 상승시킨 요인이었다. 전문가들과 시장 참여자들은 의사록에 담긴 내용이 예전보다 비둘기파(경기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완화적인 통화정책 주장)에 가까왔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12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이달 기준금리가 전격 인하되거나 적어도 금통위가 보다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지향하는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홍석찬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미국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과 국내 통화정책 방향 등 대부분이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1150원선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