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눈빛으로 조작할 수 있는 스마트 안경을 만들었다. 이 안경을 쓰면 시선(視線) 처리와 윙크만으로 정보 검색은 물론 쇼핑까지 할 수 있다. 음성 인식으로 작동하는 구글의 스마트 안경 '구글글라스'와 달리 소음이 많은 곳이나 야외에서도 오작동 우려가 없다. 기존 스마트 안경보다 훨씬 저렴한 40만원 이하의 가격으로 상용화가 추진되고 있다.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유회준 교수는 "사용자의 시선을 인식, 눈앞 물체에 대한 정보를 보여주는 스마트 안경 '케이글라스2'〈사진〉를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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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사진)스마트 안경 '케이글라스2'. (오른쪽 사진)KAIST 유회준 교수팀이 개발한 스마트 안경‘케이글라스2’를 썼을 때 보이는 모습. 여성의 옷에 시선을 고정한 채 눈을 깜빡이면(왼쪽 위) 안경 센서가 이를 감지해 해당 옷에 대한 정보를 실물 위에 겹쳐 보여준다.

케이글라스2는 사람의 시선을 추적하는 센서 '아이 마우스'를 안경의 오른쪽 옆 부분에 탑재했다. 아이 마우스는 사용자의 시선을 파악, 안경 화면의 화살표 모양 마우스 포인터를 움직인다. 물체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으면 윙크를 하면 된다. 안경의 코받침 부분에는 윙크를 분석해 자연스러운 눈 깜박임인지, 클릭을 위한 윙크인지를 구분하는 센서가 들어있다. 유 교수는 "일부러 윙크를 하면 눈 근처 근육에 많은 힘이 들어가는데, 이런 움직임에만 반응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케이글라스2는 '증강현실'로 정보를 보여준다. 증강현실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가짜인 '가상현실'과 달리, 실제 물체 위에 정보를 겹쳐서 보여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케이글라스2를 쓴 상태에서 눈앞에 있는 사람의 옷을 바라보며 윙크를 하면 브랜드와 가격 등이 옷 옆에 표시된다. 최저가(最低價) 검색과 구매도 가능하다. 증강현실 기능이 없는 구글글라스는 안경 화면의 양 옆쪽 등 정해진 공간에 정보를 따로 보여줘 끊임없이 시선을 움직여야 한다.

케이글라스2는 아이 마우스와 증강현실 기능을 모두 하나의 칩에 넣어 전력 소모를 최소화했다. 1회 충전으로 24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다. 유 교수는 "1회 충전에 3~4시간 정도만 사용할 수 있는 구글글라스 등 기존 스마트 안경의 문제점을 칩 설계 기술로 극복했다"면서 "시제품의 제작단가는 40만원 정도지만, 대량생산하면 훨씬 저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팀은 현재 글로벌 기업과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