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형인(여·27)씨는 최근 페이스북 대신 인스타그램이란 SNS(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주로 사용한다. 인스타그램은 복잡한 글 대신 사진 위주로 친구들과 소통하는 것이 핵심 기능이다. 김씨는 "셀카(셀프 카메라)를 찍어도 색감, 초점 등을 보정해주는 기능이 있어 다른 SNS보다 예쁜 사진을 게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SNS 업계가 문자(text)에서 사진(image) 중심으로 변신하고 있다. 140자 이하의 단문(短文) 메시지를 올리는 트위터나 글 내용이 중심이 되는 페이스북 대신 인스타그램 같은 사진 기반 SNS가 급속히 그 자리를 대체해가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네이버가 '폴라(Pholar)'라는 사진 위주의 SNS에 대한 비공개 테스트에 돌입했다. 올 4월 정식 출시 예정이다. 다음카카오도 올 상반기 중 사진을 주로 게시하는 SNS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인스타그램 열풍에 네이버·다음카카오도 뛰어들어

인스타그램은 작년 말 월 평균 이용자(MAU) 3억명을 돌파했다. 2010년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지 4년 만에 처음으로 트위터(월 이용자 2억8400만명)를 제치고 페이스북에 이어 세계 2위가 된 것이다. 복잡한 글 대신 사진 위주로 구성한 것이 인기 비결이다. 2012년 페이스북이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에 인수한 인스타그램은 청소년과 여성층을 중심으로 사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한국에서도 최근 인기가 높다. 시장조사 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13년 1월 인스타그램의 월간 이용자(UV)는 22만4395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 2월에는 311만5624명으로 2년 만에 14배 늘었다. 특히 20~30대 여성과 연예인이 인기몰이에 한몫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돌 그룹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G-dragon)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은 세계 각국 팬 390만명이 고정적으로 받아본다.

네이버도 사진 기반 SNS '폴라'를 지난달 25일부터 비공개 테스트 중이다. 인스타그램과 비슷하게 사진·동영상을 찍어서 바로 게시할 수 있는 서비스다. 패션·축구 등 사용자가 관심 있는 주제의 사진을 받아 볼 수도 있다.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해 구글의 지도 서비스와 연계했고 페이스북 아이디로도 접속 가능하다. 네이버는 올 4월 출시 예정인 폴라에 거액의 마케팅 비용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카카오도 올 상반기 중으로 사진 위주의 신규 SNS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단한 글과 사진으로 구성된 '카카오스토리'도 사용자가 늘고 있다.

찍고 올리면 끝…모바일은 글보다 사진이 편리

사진 기반 SNS가 주목받는 이유는 우선 문자보다 사진이 모바일에 더 유용하기 때문이다. 5인치인 스마트폰 화면은 크기가 작아 글을 쓸 때 불편한 점이 많다. 긴 글을 쓰기 어려운 데다 본래 의도와 달리 글이 오해를 살 가능성도 크다.

사진은 바로 찍어서 온라인에 올리면 되기 때문에 훨씬 빠르고 간편하다. 싸이월드부터 시작해 페이스북·트위터 등을 거치면서 스스로를 노출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젊은 층에게도 사진은 가장 적합한 수단이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는 "최근 젊은 층은 문자보다 사진·동영상으로 자신을 보여주는 것에 익숙하고 스스로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사진 기반 SNS에 셀카를 찍어 올리는 현상은 스마트폰 업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 등이 셀카 촬영에 쓰이는 스마트폰의 전면(前面) 카메라 기능을 대폭 높인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갤럭시S6를 출시하면서 전면에 500만 화소급 카메라를 장착했다. 200만 화소 수준이었던 갤럭시S5보다 2배 이상 화질이 좋아졌다.

작년에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주목받았던 셀카봉도 SNS에서 비롯된 셀카 열풍의 산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