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주최로 열린 수요포럼에 참석해 2015년 경제정책방향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저물가 상황이 지속되는 것과 관련해 “디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적정 수준으로 임금이 올라야 내수가 살아난다며 기업들의 임금 인상도 주문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수요정책포럼에서 ‘2015년 한국 경제의 진로’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우리 경제가) 약간의 개선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금은 옆으로 횡보하는 답답한 움직임을 보이는 게 5∼6년째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 부총리는 물가에 대해서는 “서민 입장에서 물가가 떨어지면 좋지만 지난 2월 물가는 담뱃값 인상분을 빼면 마이너스”라며 “저물가 상황이 오래 가서 디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참 큰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0.52% 올라 3개월 연속 0%대 상승을 기록했다. 담뱃값 인상의 기여도는 0.52%포인트로 올 초 담뱃값 인상이 없었다면 2월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가 된다.

최 부총리는 우리 경제에 과거와 같은 고도 성장기가 다시 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는 우리 혼자 잘 산다고 될 수 있는 경제가 아니고 세계 경제 여건이 잘 맞아떨어져야 하지만 고도성장기에 살아봤던 경험을 가진 국민의 기대는 그게 아니다”며 “고도성장기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불편한 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올 세계 경제는 미국의 성장으로 지난해보다 좋아지겠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이 국제 금융시장에 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유로존과 일본, 중국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 부총리는 고용 시장이 조금씩 개선되지만 청년 실업이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고용률이 사상 첫 65%를 돌파했지만 문제는 청년 실업”이라며 “이 부분은 아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고 우리 경제의 가장 근본적 문제인 노동시장과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내수 부양을 위해서는 임금이 인상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적정수준의 임금 인상이 없으면 우리 경제, 특히 내수가 살아나기 힘들다”며 “오죽하면 지난 3년 평균 임금 인상분보다 임금을 더 올리는 기업에 세액 공제 혜택을 준다고 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일본도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최 부총리는 최저 임금인상률을 7%대로 올렸지만 올해도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총량이 크게 늘어나지 않으면 관리가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최 부총리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해 2금융권에서 1금융권으로 대출이 이동한 점은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했다고 본다”며 “단순히 총량으로 가계부채 문제를 평가하면 안 되고 자산시장이 받쳐주면 가계부채 리스크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국회를 통과한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과 관련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부총리는 “국회에서 논의를 거쳐 통과됐지만 여러 지적들이 나오고 있고 아직 입법 시한이 남았기 때문에 보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영란법은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직자 외에 사립학교 이사장과 교원, 언론인 등까지 포함돼 시행도 되기 전에 위헌 논란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