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은 가계대출 비수기였다. 통상 1월에는 연말 상여금으로 대출금을 갚는 경우가 많고 겨울철인 관계로 주택 거래가 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1월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였다. 지난해 8월 부동산 금융규제인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완화 이후 주택담보대출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최근 서울 일부 지역 전세값이 집값의 90%에 육박하면서 아예 집을 사버리는 수요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100조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2일 발표한 '국내은행의 대출채권 및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보다 4000억원 늘어난 518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관련 자료 집계가 시작된 2008년 이후 1월에 가계대출 잔액이 전월에 비해 늘어난 것은 처음이다.

집계 이후 1월의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전월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연도별로 보면 2008년 -9000억원, 2009년 -1조4000억원, 2010년 -6000억원, 2011년 -1조3000억원, 2012년 -2조8000억원, 2013년 -1조6000억원, 2014년 -2조2000억원 등이었다.

1월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보다 1조6000억원 늘어난 365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주택금융공사로 넘긴 모기지론유동화잔액 증감분까지 포함할 경우 한 달 만에 2조6000억원이 증가한 408조5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은행의 기업대출도 큰 폭의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 1월말 기업대출 잔액은 8조4000억원 증가한 714조1000억원이었다. 지난해 12월에는 3조7000억원 감소했었다. 대기업대출 잔액은 4조원 증가한 187조3000억원,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4조4000억원 늘어난 526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권창구 금감원 은행감독국 부국장은 "통상적으로 기업들이 재무구조 관리를 위해 연말에 대출을 상환했다가 1월에 다시 대출받는 것이 주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5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던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소폭(0.07%포인트) 상승한 0.71%를 기록했다.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작년말보다 0.05%포인트 오른 0.62%였으며,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작년말보다 0.11%포인트 오른 0.95%였다. 가계대출의 연체율은 0.53%로 전월말 대비 0.04%포인트 상승했다.

류찬우 금감원 은행감독국장은 "지난해 12월보다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크게 축소됐지만 예년 평균을 상회했다"며 "가계부채 증가세 등을 감안해 은행의 자산건전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