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명 대기업에 다니는 김민철 과장(36세, 가명)은 매주 금요일 오전 7시까지 출근해 팀장단 회의를 준비한다. 짧으면 45분, 길면 1시간 넘게 이어지는 회의 초반 30분 동안은 업무와 무관한 잡담이 주가 된다.

지난 주 회의에서 김 과장은 전날 밤 봤던 드라마를 떠올리는 등 딴 생각을 하는가 하면, 바이어와의 이메일을 처리하며 회의와 관련 없는 개인적인 업무를 봤다. 그가 회의에 집중한 시간은 고작 10분 남짓이다.

김 과장은 “회의를 위한 회의, 보고를 위한 보고일 뿐 내용이 없다”며 “하루 종일 쏟아지는 이메일도 압박”이라고 말했다.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실제로 업무에 집중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최근 호주의 업무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아틀라시안은 그래픽 형태의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직장인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쓸 데 없이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보고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영국 BBC, 버라이즌(Verizon) 등이 작성한 사전 자료를 참고했다.

조사 결과 직장인들은 업무 시간을 낭비하는 세 요인으로 ▲요점 없는 회의 ▲쌓여 가는 비즈니스 이메일 ▲지속적 업무 방해 등을 꼽았다.

직장인90% 회의 시간에 생각…심지어 졸기도

그래픽=이민아 인턴기자

아틀라시안에 따르면 직장인의 절반(50%)은 회의가 회사에서 가장 큰 시간 낭비라고 불평했다. 직장인 한 명이 참석하는 업무 회의는 월 평균 62건. 비생산적인 회의로 소요되는 시간은 한 달 평균 31시간이었다.

그래픽=이민이 인턴기자

직장인은 하루 평균 두 번 꼴로 회의에 참석한다. 그러나 회의 내용이 별 영양가 없다보니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집중하지 못했다.

아틀라시안은 직장인 열에 아홉이 회의 시간에 딴 생각을 한다고 전했다. 직장인 39%는 회의 도중 잠이 들기도 했다. 45%의 직장인들은 참석해야 하는 회의의 건수 때문에 압박을 받은 경험이 있다. 직장인 73%는 회의에 집중하지 않고 다른 업무를 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 회의에 집중하는 수준이 낮으면 생산력도 떨어진다. 미국에서 지급되는 연간 노동자 급여 중 370억달러(약 40조원)가 불필요한 업무 회의에 쓰였다.

이메일만 안받아도1년에200만원 절약

그래픽=이민아 인턴기자

아틀라시안에 따르면 직장인 한 명이 평균적으로 받는 이메일 개수는 한 주에 304개다. 직장인들은 평균 2분에 한번 꼴로 이메일을 확인한다. 받은 이메일을 처리하고 다시 업무에 집중하는 데는 평균 16분이 필요했다.

낭비되는 생산력을 돈으로 환산해보면 근로자 한 명 당 연간 1800달러(약 197만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무 흐름 끊기는 것만 하루56차례

그래픽=이민아 인턴기자

일하는 도중 직장 동료가 일하는 당신의 어깨를 툭 치고, 말을 건다. 상사가 부르기도 하고, 타부서에서 업무 요청이 들어오기도 한다. 또 이메일을 확인하느라 새 창을 연다. 이런 행위들은 모두 ‘업무 방해’다.

업무 방해도 직장 내 주요 시간 낭비 요인으로 꼽힌다. 직장인 열에 여덟은 쓸 데 없는 일로 업무가 중단된다고 여긴다.

이처럼 중간에 업무흐름이 끊기는 것만 하루에 56차례나 된다. 한번 업무를 방해 받은 후 다른 업무를 하려고 집중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평균 3분이다. 기준을 하루로 잡으면 평균 두 시간이다.

그래픽=이민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