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기조가 실현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복지 구조조정’과 ‘증세’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증세’를 가장 마지막으로 고려할 수단이라 하고, 야당은 당장 이명박 정부에서 감세했던 법인세부터 원상회복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선비즈는 3대 세목인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의 도입 역사와 현황, 각 세목의 증세 찬반 논쟁을 정리했다. 그리고 부동산세, 금융세 등 자산세에 대한 내용도 추가했다. 독자 여러분이 증세를 해야 할지, 한다면 어느 세목에서 어떻게 증세를 해야 할지 판단해 보시길. [편집자 주]

박근혜 정부가 ‘증세없는 복지’ 기조를 고수하고 있지만 지난해 말 담뱃값 인상과 올 초 연말정산 대란 등의 과정에서 서민 증세, 중산층 증세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증세를 한다면 고액 자산가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두는 식으로 ‘부자 증세’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지난해 시작된 피케티 열풍으로 전세계적 현상으로 번지고 있다. 자산이 부를 늘리는 속도(자본소득률)가 소득으로 부를 늘리는 것(국민소득 증가율 또는 경제성장률)보다 빠르다 보니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피케티의 지적에 따라 부자들이 자산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전세계적으로 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스위스와 노르웨이 인도 등은 일정 수준 이상의 순자산(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에 '부유세(wealth tax)'를 부여하고 있다. 말 그대로 부(富) 자체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노르웨이는 100만크로네(약 1억4000만원) 이상 개인 보유 자산에 1%의 세금을 부과한다. 스위스는 주(州)정부에 따라 개인의 보유 자산 규모를 4~6구간으로 나눠 누진세율을 적용하는데, 취리히의 경우 323만5000스위스프랑(약 40억3000만원) 이상을 보유한 부부는 자산의 최고 3%를 매년 세금으로 낸다. 인도는 300만루피(약 5000만원) 이상 순자산에 1% 부유세를 부과하고 있다.

◆ 한국판 부유세 ‘종합부동산세’…이명박 정부 들어 대폭 약화

우리나라도 부자들이 보유한 자산에 누진세 방식으로 세금을 물리는 식의 세제가 도입돼 있다. 바로 종합부동산세(종부세)다.

종부세 도입 이전에도 토지의 경우 일종의 부유세가 있었다. 1986년 토지과다 보유세를 신설해 토지를 일정 기준 이상 소유할 경우 보유세를 매겼다. 1989년에는 토지과다보유세를 종합토지세제로 바꾸고, 토지마다 세금을 개별적으로 부과하는 것이 아닌 소유자가 갖고 있는 모든 토지를 합한 다음 누진과세 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는 2004년 이 종합토지세에 주택 등 건물까지 포함시킨 종합부동산세를 만들어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종부세 도입 취지는 부동산 투기를 막자는 것도 있지만 부동산 보유세가 지나치게 낮다는 이유도 컸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2004년 기준으로 가격이 1900만원인 승용차의 연간 자동차세는 52만원이었다. 당시 서울 강남 소재 40평대 아파트의 경우 시세는 자동차의 35배인 6억7000만원이었지만 연간 보유세는 54만원에 불과했다. 자동차 보유세의 실효세율이 강남 아파트보다 34배 높았던 것이다.

종합부동산세 도입 초기 과세대상은 주택의 경우 1인당 소유하고 있는 주택의 공시가격 합계액이 9억원을 넘을 경우, 토지는 공시가격 합계액이 6억원을 넘을 경우 1.0~3.0%(토지는 1.0~4.0%, 빌딩·상가는 0.6~1.6%)의 세율로 과세했다.

종부세는 이후 참여정부 부동산대책의 결정판인 8·31 대책(2005년)을 통해 대폭 강화된다. 과세 방법을 인별 합산에서 세대별 합산으로 바꾸고, 과세대상 기준은 주택의 경우 고시가격 합계 9억원 초과에서 6억원 초과(토지는 6억원 초과→3억원 초과)로 내려 대상을 대폭 확대했다. 도입 첫 해 7만4000명이던 종부세 대상자는 2007년 48만6000명까지 늘었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는 얼마 가지 못했다. 세대별 합산 방식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다시 인별 합산 방식으로 되돌아 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시가격이 8억원인 아파트를 부부가 공동소유했다면 세대별 합산 과세 방식에서는 종부세 대상이 되지만, 인별 과세가 되면 1인당 소유한 아파트 공시가격은 4억원으로 줄어 과세 대상자에서 빠지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2009~2010년에는 다시 1세대 1주택의 공시가격 과세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였고, 세율도 0.5~2%로 낮췄다. 또 과세표준도 올리고, 세부담 상한액도 대폭 낮추는 등 처음 도입했을 때보다 훨씬 약화시켰다. 그 결과 2007년 2조4000억원까지 늘었던 종부세 세수는 지난해 1조400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 OECD "韓 재산보유세 높여라" vs "부동산 시장 꺼진다"

우리나라의 재산세 부담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비해 높다고 알려져 있으며, 재산세 비중을 낮춰야 한다는 이들의 논리로 사용된다. 그러나 이는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OECD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전체 세수에서 재산세(taxes on property)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이 10.6%로 OECD 평균(5.5%)의 약 두 배 수준이다. 미국(11.8%)보다는 다소 적지만 일본(9.1%)이나 프랑스(8.5%)보다는 많은 수준이다.

그러나 OECD에서 말하는 재산세는 정확히 표현하면 재산 관련 세제다. 여기에는 우리나라의 재산세 개념인 부동산 보유세와 부동산 취득세 같은 각종 거래세, 상속·증여세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한국의 경우 부동산 취득세와 증권거래세 등 각종 거래세가 전체 조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OECD국가 중 가장 높다보니 재산 관련 세제 비중도 높아지는 것이다.

반면 부동산 보유세 비중은 3.0%로 OECD 평균(3.3%)에 비해 낮고,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낮은 편이다. 그래서 부동산 보유세를 올리고 취득세 등 거래세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이다. 실제로 OECD는 지난 9일 발표한 구조개혁보고서에서 우리나라에 재산보유세를 높이라고 조언했다.

신석하 숙명여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재산 관련 세제가 선진국에 부족한 측면이 있다”면서 “예를 들어 선진국에서 일반화된 자산소득세(부동산이나 금융자산을 통한 소득에 붙는 세금)가 우리나라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대편에서는 지금 재산세를 올리면 각종 금융 규제 완화로 겨우 살아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다시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가계부채가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보유세 강화로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경우 부채가 자산보다 커지는 일명 ‘깡통 주택’현상이 나타나면서 가계부채가 전체 경제 시스템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재산세를 올리려면, 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에만 세금을 부과하도록 세금 부과 체계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 금융소득세·부동산 임대 소득세 강화해야 vs 자본유출 우려

부자들의 자산 보유 뿐 아니라 자산을 통해 버는 소득에 대해서도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 임대소득과세와 자본소득세 등 금융소득세 강화다.

부동산 임대소득의 경우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한 번 강화하려다 약 5개월동안 4번이나 정책이 뒤집히며 결국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기재부는 처음 임대소득 정책을 내놓으면서 월세의 경우 2주택 이하 보유자에게 월세 임대소득을 분리과세하고 3주택 이상자에겐 종합소득과세를 매긴다고 했다. 이후 과세 시기를 2016년으로 미뤘다가 최종적으로는 주택 수와 관계 없이 월세 임대소득 과세기준을 연간 2000만원 초과로 정하고 종합소득과세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행시기는 2017년으로 미뤄놨다. 2017년은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여서 실제 시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세 임대소득은 처음에는 3주택 이상자에게만 과세하려다가 최종적으로는 없었던 일로 하기로 했다. 부동산 시장의 위축을 우려해서다. 그러나 이를 보고 '세금 있는 곳에 과세 있다지만, 부동산 임대소득에는 예외'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주식이나 채권에 대한 양도소득세도 논란이다. 특히 내년부터 파생상품에 대해서는 매매 차익에 대해 과세하게 되면서 주식이나 채권에도 양도차익과세를 전면적으로 적용하거나 최소한 지금보다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주식의 경우 비상장사 주식의 양도차익에는 과세하고 있다. 상장사의 경우는 유가증권시장 상장 회사는 지분율이 2% 넘거나 시가총액으로 50억원 이상일 경우, 코스닥 상장사는 지분율 4% 이상이거나 시가총액으로 40억원 이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주식을 팔아 양도차익을 얻을 경우 차익의 20%(중소기업은 10%)를 세금으로 물리고 있다.

양도차익 과세를 강화하자는 쪽에서는 대상자 기준을 더 낮추고 세율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 국세청으로 제출받은 2013년 주식양도차익 과세 현황 자료를 보면, 2013년 상장주식을 매매해 100억원이 넘는 양도차익을 본 27명의 총 양도차익은 6768억 6300만원이었지만 이들에 대한 결정세액은 1070억2400만원으로 실효세율은 15.8%에 불과했다. 만약 근로소득자와 같은 세율로 누진과세할 경우 세금은 2.5배 가량 늘어난다.

박 의원은 “주식부자들은 천문학적인 규모의 주식양도차익을 올렸지만 봉급 생활자보다 낮은 세율의 세금을 내 왔다”며 “주식양도차익 과세도 근로소득자에 대한 과세처럼 누진체계로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경우 국내 주식시장에서 자본이 대거 빠져나갈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가 크다.

금융소득에 대해서도 지금은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에만 과세를 하게 돼 있는데, 워낙에 새롭고 다양한 금융상품들이 쏟아지다 보니 이자와 배당만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과세 기준을 열거식이 아닌 미국식 포괄주의로 바꿔 모든 소득에 과세하고, 금융종합소득 과세 기준도 2000만원에서 더 낮추자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자본이 유출될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