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공항면세점인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이 11일 완료됨에 따라 시내면세점이 유통업계의 최대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올 4월에 제주도 시내에 있는 기존 면세점 사업자를 재(再)선정하며 올 하반기에는 서울에 3곳의 사업자를 추가로 뽑는다. 시내면세점 입찰 결과에 따라 국내 면세점 업계 판도는 다시 한 번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시내면세점에는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는 불참했던 대기업들도 상당수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현대산업개발·부영·한화 등 大격돌

제주도 면세점 1곳의 사업자 재선정은 3파전(巴戰) 양상이다. 제주도에는 제주시의 신라면세점과 서귀포시의 롯데면세점 두 곳이 있다. 관세청은 올 3월 말로 허가 기간이 종료되는 롯데면세점의 제주도 사업권 재선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 사업자인 롯데면세점은 작년 2월 오픈한 제주시 롯데시티호텔에 새 시내면세점을 열겠다고 신청했다. 제주시에서 1989년부터 면세점을 하고 있는 신라면세점은 서귀포시의 제주신라호텔에도 면세점을 낸다는 방침이다. 부영그룹은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 짓고 있는 복합 리조트 단지에 면세점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서울에서는 올 하반기에 대기업에 2곳, 중소·중견기업에 1곳의 면세점이 추가로 허가된다. 정부는 오는 6월 1일까지 신청서를 받는다. 서울에 면세점이 허가되는 것은 15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2장의 사업권을 놓고 격돌하는 대기업의 입찰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기존에 사업을 하고 있는 신라면세점과 워커힐면세점(SK그룹)부터 면세점을 더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롯데면세점은 서울에 4곳이나 있다"며 "서울에 시내면세점이 더 있어야 경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워커힐면세점 관계자는 "현재는 위치가 도심에서 많이 벗어난 광장동에 있기 때문에 접근성에서 다소 불리하다"며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진입을 강력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과 현대아이파크몰을 운영하는 현대산업개발도 시내면세점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3년 전부터 면세점 진출을 검토하고 있었다"며 "부지 후보로 4곳을 정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올 초 기자회견을 열어 "교통 요충지인 서울 아이파크몰에 시내면세점을 유치해 관광 허브 면세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진입에 성공한 신세계그룹도 기세를 몰아 시내면세점 유치도 시도한다고 밝혔다.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 신청을 했다가 중간에 포기한 한화그룹도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서 명예 회복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

중소중견기업에 주는 사업권은 참존, 여행업체인 하나투어 등이 노리고 있다. 서울시 산하 기관인 서울관광마케팅도 시내면세점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관세청은 제주도에도 올 하반기 중소중견기업 1곳에 면세점을 추가로 허가해줄 예정이다.

압도적으로 높은 시내면세점 수익성

대기업들이 공항보다 시내면세점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높은 수익성 때문이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세계 1위 공항면세점이기에 상징성과 광고·홍보 효과가 크다. 해외 사업을 하려는 업체에는 브랜드를 홍보하는 기회도 된다. 하지만 문제는 너무 비싼 임차료다. 11일 선정된 업체들이 낼 임차료는 예전보다 45% 정도 늘어난 연 8900억원에 달해 실질적인 수익을 내기 어렵다.

반면 시내면세점은 임차료가 현저히 낮거나 아예 없기 때문에 수익성이 훨씬 좋다. 특히 현재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 참가하겠다고 밝힌 대기업들은 대부분 점포용 건물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예컨대 현대백화점그룹이 시내면세점의 후보지로 고려하고 있는 4곳 중 3곳은 현대백화점이다. 신세계그룹이나 신라면세점도 서울 요지에 많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매출 규모도 시내면세점이 공항면세점보다 크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으로 국내 전체 시내면세점 매출은 전체 공항면세점 매출의 2.2배에 달한다. 롯데면세점 본점은 작년 한 해 매출이 국내 여느 백화점 점포보다 많은 1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신라면세점 본점의 작년 매출도 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과)는 "면세점 사업은 브랜드를 잘 관리하고 입점 업체들과 관계도 좋아야 성공할 수 있다"며 "대기업이 대거 진출했다가 제대로 사업을 못하면 엄청난 후유증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