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으로 전력(電力)을 생산하는 장치, 음식이 상했는지 알려주는 스마트 젓가락, 스마트폰을 수학 문제에 비추면 풀이와 답을 알려주는 앱 등이 '세상을 바꿀 10대 기술'에 뽑혔다.

유엔 산하 교육과학문화 전문 기구인 유네스코는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조병진 교수 연구팀의 '웨어러블(wearable·착용형) 발전장치' 등 10가지 기술을 올해의 '넷엑스플로 어워드(Netexplo award)'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이 상은 2006년부터 유네스코가 매년 전 세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에너지·환경·교육 등의 분야에서 세상을 바꿀 기술 10가지를 선정해 각 연구개발팀에 시상하는 것이다.

(사진 위)KAIST가 만든 입을 수 있는 발전기는 옷감 안쪽과 바깥쪽의 온도 차를 활용해 전기를 발생시킨다. (사진 아래)바이두 젓가락은 젓가락 끝에 센서가 있어 음식 성분, 칼로리 등을 스마트폰 앱으로 알려준다.

중국 최대 인터넷 업체 바이두(百度)가 개발한 '스마트 젓가락'은 끝 부분에 센서가 달려 있어 음식의 질·산도(酸度)·온도·염도(鹽度) 등을 측정할 수 있다. 음식의 부패 여부도 곧바로 확인해 스마트폰 화면에 보여준다.

이 밖에 수학 문제 풀이 앱, 중고폰으로 만든 불법 벌목 감시 장치, 폐(廢)전자제품으로 만든 3D(입체) 프린터 등도 10대 기술에 선정됐다. 10대 기술 시상식은 다음 달 4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다. 별도의 상금은 없지만 과학자로서는 큰 영예다.

조병진 교수는 한국인으로는 처음 이 상을 받는다. 지난해 조 교수가 개발한 웨어러블 발전장치는 유리섬유 위에 자유자재로 휘어지는 '열전(熱電) 반도체 소자'를 입혔다. 원래 열전소자는 무겁고 휘어지지 않지만, 조 교수팀은 반도체를 잉크 형태로 만들어 얇은 유리섬유에 인쇄하는 데 성공했다. 이 유리섬유가 들어 있는 옷을 입으면 체온에 의해 옷감 안쪽과 바깥쪽에 온도 차가 생긴다. 열전소자는 이 온도 차를 이용해 전기를 발생시킬 수 있다. 조 교수는 "스마트폰 통화에 충분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며 "이 장치를 이용해 충전 없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손목시계형 운동 정보 제공 기기를 올해 안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KAIST에서 교원창업 기업 '테그웨이'를 설립했으며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해 시제품을 만들고 있다. 의류에 적용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사진 위)스마트폰 카메라를 수학 문제에 비추면 풀이와 답을 알려주는 앱 ‘포토매스(Photo Math)’. (사진 가운데)토고의 엔지니어가 폐전자제품의 부품으로 만든 3D프린터. ‘메이드 인 아프리카’ 제품으로 가격은 약 100달러. (사진 아래)이스라엘 SCIO가 개발한 라이터 크기의 화학분석기는 물질에 갖다대면 화학 성분을 온라인 DB에서 검색해 측정해준다.

이스라엘 벤처기업 SCIO사(社)의 '포켓 분자 분석기'는 일회용 라이터 크기다. 분석기를 물질에 갖다 대면 화학적 성분이나 칼로리 등을 측정한 뒤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해 물질 상태를 분석한다. 식물이 심겨져 있는 화분에 비료가 필요한지도 알 수 있고, 의약품의 진품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

크로아티아 마이크로블링크사(社)의 '포토매스(PhotoMath)' 앱은 스마트폰 속의 '수학 선생님'이다. 종이나 컴퓨터 화면에 쓰여 있는 수학문제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비추면 문제를 자동으로 인식해 풀이 과정과 해답을 알려준다. 더하기, 빼기 등 기본적인 계산은 물론 분수, 루트, 방정식 등도 풀어준다.

미국 물리학자 토퍼 화이트는 중고 스마트폰으로 열대우림의 불법 벌목을 감시하는 장치를 만들었다. 나무에 설치된 중고 스마트폰은 태양광 패널에서 전기를 공급받으면서 주변의 소리를 녹음하고 분석한다. 톱소리 등 큰 소음이 발생하면 관리자에게 자동으로 위치를 전송해 벌목을 막는다. 화이트는 국제 핵융합시험로(ITER) 개발에 참여한 촉망받는 물리학자였지만, 인도네시아에서 불법 벌목 현장을 목격한 뒤 진로를 환경운동으로 바꿨다.

아프리카 토고의 기술자 코조 아파테는 아프리카에 방치된 전자제품의 쓰레기 부품만으로 3D 프린터를 만들어냈다. 아파테는 100달러(약 10만9400원)에 불과한 이 3D 프린터를 '메이드 인 아프리카'로 생산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나이지리아 정부가 개발한 '센스 에볼라 팔로업(Sense Ebola Followup)'이란 앱은 보건부 직원들에게 에볼라 환자 발생과 시간, 위치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확산 경로를 한눈에 살필 수도 있어, 에볼라 바이러스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 밖에 빅데이터를 이용해 학생들의 개인 공부 방법을 보여주는 미국 브랭칭마인즈 재단의 홈페이지, 이메일·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등의 새 메시지를 한군데 모아 보여주는 서비스 '슬랙(Slack)', 자전거를 타고 도심을 다니는 사람들에게서 얻은 정보를 도시 설계에 활용하는 칠레 카포스스파사(社)의 스마트폰앱 등도 올해 수상작으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