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가 없는 저가 태블릿PC '화이트박스'가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마카오에서 열린 게임엑스포 현장.

세계 태블릿PC 시장에서 ‘화이트박스(white box)’가 약진, 삼성전자(005930), 애플 같은 선두업체를 위협하고 있다. 화이트박스는 브랜드가 없는 제품으로 200달러(약 22만원) 정도의 가격에 중국 등에서 판매되는 저가 태블릿PC다. 쉽게 말해 자국민도 모르는 현지 중소기업이 조립형으로 만든 제품이다.

패블릿(대화면 스마트폰)의 부상과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화이트박스는 태블릿PC 시장에서 프리미엄 업체의 평균판매가격(ASP)을 낮추는 압박요인이 되고 있다.

◆ 화이트박스, 올해만 1000만대 늘 듯

19일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 3분기 화이트박스의 점유율은 29.9%(1650만대 판매)로 작년 3분기(26.7%, 1390만대 판매)보다 3%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올 3분기 17.6%를 기록, 작년 3분기(20.2%)보다 2%포인트 이상 낮아졌다. 애플도 올 3분기 점유율이 22.3%에 그쳐, 작년 3분기(27.1%) 대비 점유율이 급감했다.

피터 킹 SA 이사는 “화이트박스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 시장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화이트박스는 다양한 화면 크기와 가격은 물론 품질과 스펙(제품사양)이 개선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화이트박스 시장규모가 지난해 6400만대에서 올해 7400만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보다 15.6%나 늘어난 수치다.

◆ 부품회사는 ‘웃고’ 제조사는 ‘울고’

화이트박스의 입지 확대로 부품업체와 태블릿PC 제조사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부품업체 입장에서는 새로운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요인이 되지만 태블릿PC 제조사들은 시장을 뺏기는 것은 물론 기존 제품의 수익성도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회사인 미국 인텔 역시 화이트박스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올해 중국 선전에서 개발자포럼을 개최했다. IT전문매체 PC월드에 따르면 인텔은 선전에서 13개 제조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인텔 칩을 사용하는 제품은 30종에 달한다. 인텔은 올 연말까지 20개 제조사, 80종의 태블릿PC에 자사 칩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IM부문장)은 지난해 말 열린 ‘삼성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태블릿PC 글로벌 1위 달성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올해 삼성전자의 태블릿PC 사업이 지난해에 비해 뚜렷하게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에 당분간은 1위라는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은 삼성전자에 반갑지 않은 뉴스다. 노키아는 19일(현지시각)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반의 7.9인치 태블릿PC ‘N1’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아이패드 미니3를 닮은 이 제품은 249달러(약 28만원)의 가격에 Z런처라는 소프트웨어를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이 소프트웨어는 홈 화면에서 알파벳 그림을 그리면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이나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중국에는 내년 1분기 출시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