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동 연구진이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린 뇌 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해 치료제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생쥐 대신 실제 사람의 뇌세포를 쓰면 치료제 실험 기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될 수 있다.
미국 하버드 의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김두연, 루돌프 탄지(Tanzi) 교수 공동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인터넷판 12일 자에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 특징을 그대로 가진 인간 세포를 처음으로 배양해 발병(發病) 이론인 아밀로이드 가설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는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김영혜 박사와 하버드 의대의 최세훈 박사이다. 공동 교신 저자인 김두연 교수는 KAIST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2009년 하버드 의대 조교수가 됐다.
치매 환자의 60~80%는 알츠하이머병 때문이다. 원인은 베타 아밀로이드란 단백질로 알려졌다. 이 단백질이 뇌에 과도하게 쌓여 덩어리를 이루면 신경섬유들이 엉키면서 주위의 신경세포를 죽인다는 것. 이론이 나온 지 30년이 지났지만 생쥐 실험으로는 이 과정을 확인할 수 없었다.
연구진은 인간 배아줄기세포에 화학물질을 처리해 신경세포로 자라게 했다. 배아줄기세포는 인체의 모든 세포로 자라나는 원시 세포이다. 그 신경세포에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유전자를 집어넣었다. 그러자 이론대로 아밀로이드 덩어리와 신경 섬유 덩어리가 연이어 나타나고 세포들이 죽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겔 상태의 배양 물질로 3차원 세포 배양을 한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밝혔다. 평면으로 배양한 세포에서는 아밀로이드 덩어리 등 질병의 특징들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지만, 3차원 배양 세포에서는 그런 특징이 고스란히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탄지 교수는 "생쥐 실험으로는 약 하나 실험하는 데 1년이나 걸렸지만 세포로 하면 한 달에 수십만종의 약을 실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시판 중인 약 1200종과 임상시험 중인 약 5000종을 알츠하이머 세포에 시험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