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모 카이스트(KAIST) 총장

“21세기 카이스트(KAIST)의 국가적 사명은 축적된 지식을 공유해 사회 전반의 수준을 높이는 것입니다.”

강성모 KAIST 총장은 3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스마트클라우드쇼 2014'에서 "KAIST가 설립된 1971년 당시에는 한국의 중공업 수준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에 교육과 연구, 인재 육성의 초점을 맞췄지만 이제는 새로운 시대에 맞게 대학의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며
KAIST가 무크(MOOC·온라인 공개강연)에 투자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무크’는 수년전부터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온라인 대중 공개 강의다. 전세계 누구라도 온라인을 통해 각국 명문대의 강좌 일부를 무료로 수강할 수 있다.

강 총장은 “일부 우려의 시각도 있지만 융합과 소통이 중요해진 현대사회 특성을 고려할 때 대학 울타리를 낮추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일종의 교육 외교라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 총장이 교육 외교라 말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KAIST는 지난해 미국 온라인강의 웹사이트 ‘코세라(Coursera)’와 협력해 3개의 무크 시범코스를 운영했다. 5~8주 동안 진행된 강좌에 전세계 150여개 국가에서 4만여명의 수강생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특히 수강생의 40% 이상이 개발도상국 출신이라는 점이 의미를 더했다.

강 총장은 “일각에선 대학교육을 공짜로 공개하면 어렵게 입학한 학생들 입장에선 허탈할 수 있지 않겠냐는 지적이 있다”며 “이처럼 갇힌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사회에 나가서도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 총장은 지식 나눔은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을 통해서도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과거 우리가 선진국을 찾아가 배움을 갈망했듯 이제는 몽골,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등에서 한국을 배우러 온다”며 “무크 확대와 더불어 개도국과의 교육분야 업무협약(MOU)도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온·오프라인을 통한 이 같은 지식 공유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도 격식없는 문화가 하루빨리 정착해야 한다고 강 총장은 강조했다. 오랜 기간 외국생활을 한 강 총장 눈에 한국사회는 여전히 수직적인 구조가 강하다는 것이다.

강 총장은 “미국 벨연구소에서 근무하면서 모든 사람이 직책·직급 다 생략하고 서로 이름을 부르며 격식없이 토론하고 연구했다”며 “이런 수평적 문화가 정착될 때 무크와 같은 혁신적 시도도 뿌리내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과학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문이과 구분 폐지와 관련해서는 강 총장도 우려를 나타냈다. 강 총장은 “현 정부가 국정기조로 내세운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선 과학기술 교육이 외면받아선 안된다”며 “미국 실리콘밸리를 이끄는 리더 대부분이 공학 관련 전공자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