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거래소 개념도

정부가 기술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식재산권(IP) 거래소 설립 방안을 추진한다. 과거 한국기술거래소의 실패를 타산지석 삼아 IP에 대한 기술평가를 신뢰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다.

1일 정부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특허청,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은 이번주중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이르면 올해 말까지 IP를 사고 팔 수 있는 거래소 설립 추진 일정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과거 기술거래소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던 것은 공급자만 있고 수요자가 없었기 때문이다”라며 “수요자인 투자자가 이용하기 편하게 기술평가부터 금융지원까지 IP를 체계적으로 연결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000년 2월 기술이전과 기업거래, 기술투자의 3가지 시장을 만들겠다는 취지 아래 한국기술거래소를 설립했다. 그러나 설립 취지와는 달리 기술거래소는 시장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실적 저조와 타 기관 업무중복이라는 이유로 2009년 산업기술진흥원에 통폐합되면서 사실상 사라졌다.

IP가 시장에서 거래되기 위해서는 기술가치평가의 신뢰성 확보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술을 기반으로 금융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기술신용평가기관(TCB)이 산정한 기술의 가치가 시장에서 믿고 거래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며 “예를 들어 T1 등급을 받은 IP는 100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했을 때, 금융사가 이러한 가치평가를 신뢰할 수 있어야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7일 대구에서 열린 기술금융 간담회에서 “현재 추진 중인 기술평가시스템에서 더 나아가 기술에 대한 가치가 5억원, 또는 10억원 등 시장 가격으로 형성되는 시기가 올 것”이라며 “기술의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 단계가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국가기술사업화종합정보망(NTB), 한국발명진흥회 IP마트, 한국저작권위원회 디지털저작권거래소, 델타텍, 기술과가치, 도원닷컴, 이지펙스, 특헙법인 무한, 유미, 다나 등 일부 공공기관과 민간에서 IP거래 기반 체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일관된 기준이 없고 거래량도 적어 시장을 형성하지는 못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해외 사례처럼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가치평가부터 금융 지원 체계까지 역량을 한 곳으로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에서도 IP를 금융상품으로 직접적으로 거래하는 모델이 부상하고 있다. 증권거래소 형태로 IP 가치에 값을 책정해 유통하는 미국 국제지식재산거래소(IPXI·Intellectual Property eXchange International)가 대표 사례다.

2011년 출범한 IPXI는 특허권 등을 모아서 ULR(Unit License Rights)라는 단위(주식시장의 주와 같은 개념)로 만들어 다수의 투자자들이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아직 거래가 본격화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자지갑 등 3개 종목이 거래되고 있다. 3개 종목은 미국, 유럽, 일본 등 10여개 국가의 600여개 특허로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