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침체된 경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41조원의 재정과 정책금융을 쏟아붓고 부동산 시장 활성화, 가계 소득 증대를 추진한다는 내용의 ‘새 경제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기간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키는 데 효과적인 대책이 시의적절하게 발표됐다”며 전체적인 방향에는 동의한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다만 가계 소득을 증대하기 위해 마련된 기업유보금 과세 방안이나 비정규직 해소 방안 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전문가들은 또 단기적인 경기 회복에 치중하다 보니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데는 고민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내년 적자재정을 감수한 확장적 거시정책에 따른 재정건전성 문제와 부동산 규제 완화로 인한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다들 ‘트레이드-오프’(trade-off) 관계여서 지금과 같은 경제 상황에서는 정부 선택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트레이드-오프는 어떤 것을 얻으려면 다른 것의 희생해야 하는 관계를 의미한다.

정부 '경기부진 심각' 인식에 동의…재정ㆍ통화 확장정책 등 단기부양에 공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저성장-저물가-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라는 축소 균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정부의 인식에 공감하며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내수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우리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매우 유사한 상황이기 때문에 장단기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며 “추경 등 뾰족한 정책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확장적인 재정 정책 등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경기에 대응하겠다는 전체적인 방향에는 동의한다”고 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역시 “광범위한 정책 수단과 함께 강도 높은 추진력이 동원되면 경기가 회복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정책 효과에 힘입어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경기 흐름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집값에서 대출금이 차지하는 비중)과 총부채상환비율(DTI·소득에서 원리금 상환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완화해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방안에도 기대를 드러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시장 규제를 완화할 경우 가계부채가 늘어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정부가 부동산 시장 회복과 가계부채를 동시에 고려하다 보면 부동산 경기도 살리지 못하고 가계부채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일부 부작용을 감내하더라도 부동산 시장을 먼저 회복시켜 경기 전반에 활력이 돌면 가계부채도 관리할 수 있는 선순환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성장잠재력 위한 장기 과제 소홀…시장기능 저해 정책도 '유감'

하지만 단기 경기부양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한 장기정책 과제에는 소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과세 방안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대책 등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었다.

이근태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정부 정책은 마중물 효과, 모멘텀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보이지만 선진국 경기회복이 약하고 이들이 제조업 육성으로 수입을 줄이면서 우리나라의 수출이 타격 받아 경기를 이끄는 힘이 약하다”며 “경기가 앞으로 뚜렷이 살아나려면 소득이 늘거나 심리가 개선돼야 하는데 이번에 나온 대책으로는 충분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내수 창출과 수출 경쟁력 회복을 통해 수요가 크게 늘어야 하는데 지금 나온 정책은 자금 지원이라든지 단기적 부양정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규제 완화ㆍ개혁이나 관련 인프라 구축 등 시장(수요)을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양규 실장은 "정부가 단기적인 경기 부양에 너무 절박한 나머지 시장 기능을 너무 믿지 못하는 정책을 내놓은 것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하며 가계소득을 증대시키기 위한 '3대 세제 패키지'(근로소득증대세제·기업소득환류세제·배당소득증대세제)와 비정규직 대책을 대표적인 반(反)시장 정책으로 꼽았다.

그는 "소득을 증대시키겠다는 대책은 결국 기업 투자를 확대해 다시 가계 소득이 증대되는 선순환을 노린 것인데, 우리나라와 같은 개방 경제에서는 임금 증대가 소비증대로는 이어질 수 있지만 해외 시장에서 제품 경쟁력을 하락시켜 가계소득 증대가 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고리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며 정책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