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험사 코리안리 주식 536주를 가진 회사원 김수현(45)씨는 올 4월 통장에 배당금 8만6000원이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가족과 함께 일식당에서 초밥을 사먹었다. 김씨는 "예금 만기 때 이자를 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아 오랜만에 외식을 했다"고 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기업의 배당 확대를 유도할 방침을 시사하자, 주식 투자자들이 반색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배당수익률(주가 대비 1주당 지급되는 배당금의 비율)은 1.1%로, 영국(3.6%), 미국(2.1%) 등 선진국에 훨씬 못 미친다. 국내 기업들의 '짠물 배당'은 국제적으로도 악명이 높고,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평가절하)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상장사들이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총 13조8173억원. 세계 최저 수준인 배당수익률이 2배로 오르면, 배당금이 14조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

물론 이 돈이 모두 개인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현재 국내 주식의 32%를 외국인들이 보유하고 있고, 그다음이 법인(31%)이며, 개인의 주식 보유 비중은 24% 정도다. 늘어나는 배당금 14조원 중 3조4000억원 정도만 개미들 주머니로 들어간다는 얘기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자본시장실장은 "배당을 통한 소비 진작 효과가 분명히 있겠지만, 이 돈이 다시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 전체 금융투자 업계가 살아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는 점이 더 긍정적인 측면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업들의 '짠물 배당' 성향이 바뀌면 국내 증시에 더 많은 외국인 투자금이 몰려들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우리나라와 국민소득 수준, 경제구조가 비슷한 대만에 최근 외국인 투자금이 몰리는 원인 중 하나가 대만 기업들의 평균 배당수익률이 우리나라 대비 2.4배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 강현철 팀장은 "배당수익률이 높아지면, 장기투자 성격을 띤 영·미계 투자자금이 대거 유입돼 주가 상승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