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한국과 일본의 국교가 정상화된 이후 경상수지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일본과의 상품 무역에서 5000억달러(509조5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1년에 10조원 가까운 적자를 본 셈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앞두고 15일 발표한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양국 경제협력 성과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일본과의 상품 무역에서 4944억달러의 누적 적자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누적 수입 규모는 1조787억달러, 누적 수출 규모는 5843억달러였다. 전경련은 상품 수지 적자 규모가 올해 3분기 내로 5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으로의 상품 수출 규모는 1965년 약 4400만달러에서 지난해 346억달러로 776배가량 늘었다. 품목별로는 석유 제품이 가장 많이 수출됐다. 특히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 내 석유제품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며 석유 수출량은 2배 이상 뛰었다.

대일(對日) 수입 누적 규모는 1조787억달러로, 2010년까지 늘어나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올해 1분기까지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전체 수입액 가운데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1967년 약 45%에서 올해 들어 10.15%로 떨어졌다.
수입 품목으로는 반도체가 가장 많았다. 1988년 이후 누적 수입액이 950억달러에 이른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과의 연간 상품무역 적자 규모는 2010년 사상 최대치인 361억달러까지 늘었지만, 이후 소재·부품에서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며 최근 250억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우리나라는 일본과의 상품 교역에서 적자를 본 반면, 투자 분야에서는 약 297억달러 흑자를 봤다.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누적 투자액은 2013년 기준 355억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의 대일 투자액(58억달러)보다 6배 이상 많은 수치다.

일본은 우리나라 외국인 투자 금액의 약 1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규모에서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였고, 투자 건수와 기업 수 기준으로는 1위였다.

서비스 교역의 경우, 관광 수익 효과로 우리나라는 1998년부터 2012년까지 134억달러 흑자를 거뒀다. 1985~2013년까지 한국을 방문한 일본 관광객 수는 일본을 방문한 한국 관광객보다 약2200만명 이상 많다.

전경련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철강판 등 일본에 대한 주요 수출 품목에서 중국 기업의 거센 추격으로 수출 규모가 감소하고 있다”며 “일본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부품 소재를 꾸준히 국산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일본 정밀화학 기업들이 일본 내수 시장이 위축되면서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투자 유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