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1톤트럭 포터.

현대자동차의 1톤 트럭 포터가 10년 전과 비교해 연비가 나빠졌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60% 이상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GM의 라보(550㎏급)가 지난해 생산이 중단된 상황에서 포터의 가격은 큰 폭으로 올라, 소형트럭을 주로 구매하는 영세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1톤트럭 포터 10년간 62.7% 상승…쏘나타 상승률(31.5%)의 2배

포터,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의 10년간 가격 변동률.

현대차의 주요 판매차종의 10년간 가격 추이를 비교한 결과 포터의 가격 상승 폭은 주력 승용차인 아반떼·쏘나타·그랜저에 비해 훨씬 큰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현대차에 따르면 포터의 기본모델(최저가 모델) 가격은 지난 2003년 839만원에서 2013년 1365만원으로 10년새 62.7%나 상승했다.

같은기간 그랜저 기본모델은 2561만원에서 3012만원으로 17.6% 오르는데 그쳤다. 또 쏘나타는 1551만원에서 2040만원으로 31.5%, 아반떼 기본모델은 927만원에서 1365만원으로 47.2% 각각 올랐다.

포터의 가격이 10년간 큰 폭으로 뛴 데 대해 현대차는 디젤차에 대한 환경 규제가 더 강화돼 엔진을 교체하면서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부의 배출가스 규제 강화로 지난 2004년 CRDi 엔진을 탑재하면서 가격이 1년만에 약 200만원 상승했다”며 “이후의 가격 상승 폭은 다른 승용차와 큰 차이는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지난 10년간 현대차의 주력 승용차들은 모델 변경(신차 출시)을 거치며 디자인과 성능이 꾸준히 개선된 반면, 1톤트럭 포터는 특별한 성능 개선 없이 없이 가격만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는 점이다.

◆ 10년간 진화 거듭한 승용차…포터는 성능개선 거의 없어

포터,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의 연비와 최대출력 비교표.

현대차의 준중형 승용차 아반떼는 2003년 ‘아반떼XD’에서 2006년 ‘아반떼HD’, 2010년 ‘아반떼MD’ 등으로 진화하며 디자인과 연비, 엔진 성능 등이 크게 개선됐다. 현재 판매 중인 아반떼MD 가솔린 모델의 경우 복합연비는 리터당 14㎞로, 엔진의 최대출력은 140마력으로 2003년식 아반떼XD(복합연비 리터당 13.6㎞, 최대출력 102마력)에 비해 연비와 엔진의 성능이 향상됐다.

쏘나타도 2003년 판매되던 ‘EF쏘나타’(2.0 가솔린 모델 기준)의 경우 연비는 리터당 11.1㎞, 최대출력은 147마력이었지만, 지난해 판매된 ‘쏘나타 더 브릴리언트’는 연비가 리터당 11.9㎞, 출력은 172마력으로 향상됐고 디자인도 세대 변경과 부분 변경 등을 거치며 크게 바뀌었다.

그랜저도 XG에서 TG, HG 등으로 모델 변경을 거치며 디자인이 바뀌고 연비와 출력도 향상됐다.

반면 포터는 2004년 CRDi 엔진을 탑재한 이후 성능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 배기량 2497cc 초장축 일반캡 최저사양 모델을 기준으로 2013년형 포터2의 경우 연비는 리터당 9.2~10㎞로 2003년식 포터(리터당 10.1~10.9㎞)에 비해 오히려 나빠졌다. 최대출력도 2013년형 모델은 133마력으로 2003년식 123마력에서 불과 10마력 높아지는데 그쳤다.

◆ 지난해 라보 생산 중단으로 소형트럭 시장 점유율 더 높아져

지난해 한국GM이 적재용량 550㎏급 경용량 트럭인 ‘라보’의 생산을 중단하면서 현재 소형트럭 시장은 사실상 포터와 기아차의 봉고3 등 현대·기아차그룹이 독점하고 있다. 기아차의 봉고3는 1352만~1878만원으로 포터(1365만~1883만원) 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현재 소형트럭이 필요한 소상공인이나 영세 자영업자들은 성능대비 가격이 비싼 포터나 봉고3를 구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아차 '봉고3'.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승용차의 경우 타사의 경쟁 모델이 많고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도 훨씬 민감해 가격을 올리기가 쉽지 않지만, 소형트럭은 현대·기아차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별다른 기능 개선 없이 가격을 계속 인상해 왔다”며 “이 때문에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행상 등 사회적 약자들의 가격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현대·기아차그룹이 소형트럭 시장을 독점하도록 방치한 정부의 책임도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