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대비 0.9%로 한국은행의 전망치와 같았다. 한은은 올해 1분기 0.9%, 2분기 1.0%, 3분기 1.0%, 4분기 0.9% 등 연간 4.0%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회복세가 한은의 예상경로 그대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해 체감경기까지 개선되기에는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회복세가 미약하고 자영업은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와 투자는 하반기에야 회복세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 너무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소비·투자는 아직 '잠잠'

"너무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다." "경기가 예상 경로대로 가고 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대비 0.9%를 기록한 것에 대해 이같은 평가를 내렸다. 예상했던 대로 완만한 경기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1분기 성장률이 전년동기대비로는 3.9%로 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는 작년 1분기 성장률이 2.1%로 낮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여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특히 소비와 설비투자가 아직 잠잠하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전분기대비 0.3%로 작년 4분기의 0.6% 보다 둔화됐고 설비투자는 작년 4분기 5.6% 증가에서 올해 1분기 1.3% 감소로 반전했다.

1분기에는 2월 연말정산 환급액 축소와 따뜻한 날씨에 따른 의류, 난반용 전기 등의 수요 감소라는 일회성 요인이 소비 둔화에 한몫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일회성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아직 소비 회복세는 미미하다. 가계부채 등으로 소비를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세월호 사고까지 겹치면서 소비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소비에 단기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타격이 크다고 보지 않는다"며 "2분기에 소비가 부진할 수 있지만 소비가 안 된 부분이 3분기에 커버가 돼서 연간으로 보면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위원은 "삼풍사고 등 과거 데이터를 봐도 그렇게 나온다"고 덧붙였다.

설비투자는 선행지표들이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부진하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투자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규제도 많이 풀려고 하는데 시차가 있는 것이다"며 "경기가 좋아진다는 확신만 있으면 크게 늘겠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상황은 아닌 것 같다. 하반기에 가야 좋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 경기는 예상대로 회복되고 있지만 '체감경기는 아직'

경기는 예상대로 회복되고 있지만 체감경기는 아직도 썰렁하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 거래가 늘고 가격도 조금씩 상승하고 있는데도 그렇다. 부동산 경기에 큰 영향을 받는 체감경기는 아직까지 개선되기 어려운 모습이다.

1분기 건설투자는 주거용 건물 건설이 호조를 보여 전분기대비 4.8% 증가했다. 작년 1분기와 2분기에도 건설투자가 6.5%, 4.6% 증가했었는데 이는 혁신도시 건설 등 정부부문 역할에 따른 것이었지만 올해는 민간부문 건설이 활발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이고 우리 경제에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며 "주택 가격이 1% 상승한다고 보면 민간소비는 0.04%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건설투자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상대적으로 최근 몇년에 비해 민간 주택에 활기가 도는 것은 맞지만 주택 거래 증가와 주택가격의 소폭 상승이 주택 건설을 크게 늘려서 건설투자가 확 증가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올해 건설투자 증가율은 1~2% 증가에 그칠 것이다"고 말했다. 한은도 올해 건설투자 증가율을 1.9%로 전망했었다.

신 위원은 "체감경기가 좋다는 것은 건설업과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고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등 자영업이 잘 되고 한다는 것인데 아직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며 "아직까지 성장률이 높아지는 것과 체감경기는 별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