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들이 잇달아 자산을 팔고 있다.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고 병행수입, 해외직구 확산 등 유통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업체들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 것이다.

남영비비안은 다음달 16일 충청남도 천안시 소재의 289-2외 16필지 토지와 건물 일체를 더존씨엠에 처분할 계획이다. 처분금액은 약 390억원으로 비비안 총 자산의 17%가 넘는다. 회사 관계자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영비비안의 현금성 자산은 매년 줄고 있다. 현금성 자산은 2010년 96억원이었으나 2013년 58억원으로 감소했다. 이 탓에 유동성 악화로 인한 위기대응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한국화장품(123690)도 다음달 30일 서울시 종로구 서린동 소재 서린빌딩 지분 56.16%와 토지, 건물을 하나에셋 제1호 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에 890억원 받고 매각한다. 운영자금을 확보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조처다. 한국화장품 현금성 자산은 2010년말 18억원이었으나 2013년말 13억원으로 줄었다.

보루네오가구는 지난 3월말 인천시 남동구 소재의 토지와 건물을 예림임업에 매각했다. 처분금액은 455억원으로 총자산의 37%에 해당한다. 보루네오가구는 지난해 11월14일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토지, 건물 등 자산을 매각해 채무를 변제하고 유동성을 높이겠다고 밝힌 바있다.

롯데쇼핑(023530)은 해외 부동산을 팔려고 내놓았다. 다만 매각 작업이 당초 일정보다 지연되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말 국내 백화점, 마트 18개 점포를 싱가포르 리츠(부동산 투자펀드)에 팔 계획이었으나 매각 시점을 2분기로 늦췄다.

롯데쇼핑은 차입금이 늘어나는 바람에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는 최근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Baa1에서 Baa2로 떨어트렸다. 투자가 잇달으면서 재무구조가 나빠질 가능성이 커 당분간 신용도 하락을 피할 수 없을 듯하다.

크리스 박 무디스 부대표는 지난 26일 현대증권 초청으로 개최한 크레딧 세미나에서 “(롯데쇼핑이) 과거에 비해 투자 계획이 보수적으로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공격적인 투자 패턴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면서 “이러한 투자가 재무건정성을 계속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홈플러스도 지난해 안성물류센터를 937억원에 팔았다. 또 경기 부천 상동점과 수원 영통점, 인천 작전점, 대구 칠곡점 등 4개 점포도 삼성SRA운용에 6300억원에 매각했다. 세일앤리스백(Sale & Lease back, 매각 후 재임대)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