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

황창규 KT(030200)회장이 취임한지 석달만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KT가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2009년 이후 5년만이다.

KT는 8일 근무연수 15년이 넘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명예퇴직 대상이 되는 임직원은 2만3000여명에 이른다. KT는 명예퇴직 희망자에게는 2년치 급여를 지급하기로 했다. 또 올 하반기 신규 채용 규모를 전년보다 확대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 “직원 10명 중 7명이 대상자”

KT는 사실상 감원 대상이나 다름없는 명예퇴직자수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KT는 2003년과 2009년에 명예퇴직을 실시했는데 각각 5500명과 6000명이 회사를 떠났다. 회사 내부에선 이런 이유로 이번 명예퇴직 대상자가 6000~1만명에 이를 것이란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한편에선 이번에는 이보다 더 많은 직원이 회사를 떠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KT가 발표한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회사 직원수는 3만2000여명으로 이 가운데 15년 이상 근무한 직원은 2만3000여명에 이른다. 사실상 전체 직원의 72%를 이번 명예퇴직 대상자에 올린 셈이다.

KT 관계자는 “회사 설립한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적자를 기록하는 등 최근 회사가 직면한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결단”이라며 “노사가 근본적인 구조 개선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명예퇴직하는 직원들은 근속기간과 정년 잔여기간에 따라 명예퇴직금을 지급 받는다. 개인의 선택에 따라 추가로 가산금을 받거나 KT M&S 등 그룹 계열사에서 2년간 근무할 수도 있다. 퇴직금에 받을 수 있는 총 금액은 평균적으로 퇴직 전 급여의 2년 치 수준이다. 이는 2009년에 시행했던 명예퇴직 때 지급했던 금액보다 다소 상향된 규모다.

KT는 4월 10일부터 24일까지 명예퇴자 희망자 접수를 받고, 25일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30일 퇴직 발령하는 것으로 명예퇴직 일정을 진행한다.

◆ 황 회장 구조조정 ‘칼’ 들었다…“일부 직원들, 노조불만 쏟아져”

황 회장의 취임 초부터 경쟁력이 떨어지는 방대한 KT의 인력구조는 고민스러운 부분이었다. KT(030200)의 임직원수는 본사만 3만2000여명,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6만여명에 이른다. 지난해 KT의 예상 인건비는 2조5000억원 수준으로, 이는 경쟁사인 SK텔레콤(017670)의 6100억원(직원수 4179명)과 비교해 4배 가까이 높다. LG유플러스(032640)는 무선을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해 직원수 역시 KT의 20%도 되지 않는 50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KT 노사는 명예퇴직 이외에도 올해 5월부터 현장 영업, 개통, 애프터서비스(AS), 플라자 업무(지사 영업창구 업무)를 KT M&S, KTIS, KTCS 및 ITS 7개 법인 등 계열사 위탁에도 합의했다. 이는 유선매출 급감 및 무선가입자 감소, 인건비 증가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고려한 사업합리화 차원의 조치다.

또한 KT는 인건비 완화를 위해 임금피크제를 2015년 1월 1일자로 도입할 예정이며, 대학 학자금지원제도 폐지 등 일부 직원 복지제도를 개편할 예정이다.

한동훈 KT경영지원부문장 전무는 “회사가 경영 전반에 걸쳐 위기상황에 처함에 따라 직원들이 고용불안 및 근무여건 악화를 우려해온 것이 현실”이라며 “이에 노사가 오랜 고민 끝에 합리적인 수준에서 ‘제2의 인생설계’의 기회를 주는 것이 직원과 회사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KT 일부 직원들은 무능력한 KT 노조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KT 한 관계자는 “몇해 전부터 임금 협상권을 사측에 위임하는 등 노조가 직원보다는 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어용노조로 전락하게 됐다”며 “황 회장의 취임 이후 벌어지는 변화 앞에 직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어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