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최근 2주간 30원 가까이 떨어지면서 연저점에 근접해 있어서 환율이 더 떨어질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내와 대외 요인 모두 환율을 끌어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분위기다. 대내 요인으로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있고, 대외적으로도 그동안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던 신흥국 불안이 잠잠해지고 있다는 것.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이번 달에 외국인 투자가들의 배당수입 송금 등의 요인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지속과 내년 금리인상 가능성에 따른 달러 강세 요인이 여전하다는 시각도 있다.

◆ 환율, 연저점 근접…최근 2주간 1080원에서 1050원 근처로 하락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9원 오른 1055.4원으로 마감했다. 하지만 장중에는 1050.6원까지 떨어져 1050원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장중 저가인 1050.6원은 올해 장중 기준 연저점인 1048.3원(1월 2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화 환율은 올해 첫 거래일인 1월2일 1050.3원으로 마감한 이후 종가기준으로 한번도 그 선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환율은 1월에 가파르게 상승해 1080원대로 올라섰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되면서 아르헨티나, 터키 등 신흥국이 타격을 받으면서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졌고 우리나라 역시 그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2월3일에는 장중 1089.9원까지 올라 1090원선에 육박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약 2개월 동안 1060~1080원 사이에서 움직이며 박스권을 형성했다. 우리나라는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 등으로 신흥국과 차별화되면서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 크지 않았다. 우리 경제만 보면 환율 하락 요인이 우세한데, 신흥국 등 해외 금융시장이 불안하게 움직일 때마다 환율이 상승하곤 했다. 아르헨티나, 터키 등에 이어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이 불안해지기도 했고 태국은 정정불안이 일어났으며 지난달에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사태까지 벌어졌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같은 신흥국 불안이 잠잠해지면서 환율이 지난달 21일 1080.3원에서 이날 장중 1050.6원까지 약 30원이나 떨어졌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최근 7일간 우리나라 주식을 약 2조원어치 순매수한 영향도 있었다.

◆ "앞으로도 더 하락할 가능성 높아"

전문가들은 원화 환율이 앞으로도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경제만 보면 환율은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며 "그동안 환율이 박스권에 머물렀던 것은 신흥국 불안 등 대외 요인 때문이었는데 이런 대외 문제가 사라진다면 원래 방향대로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우리나라는 신흥국과 차별화됐고 글로벌 자금들이 갈 데가 없어서 우리나라로 계속 들어오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만 없으면 원화 절상(환율 하락) 분위기가 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미국 경기회복, 테이퍼링 지속 등 달러 강세 요인도 여전하다는 시각도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환율이 단기적으로는 경상수지 흑자,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입, 외국인 주식 배당금 송금 등 수급요인에 의해 움직이는데 환율 상승-하락 요인이 모두 있다"며 "장기적으로도 경상수지 흑자 지속에 따른 환율 하락 요인과 미국의 테이퍼링 지속, 내년 금리인상 가능성 등 환율 상승 요인이 모두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대호 현대선물 연구원은 "엔화 약세 때문에 수출 호조가 지속될지 불투명하고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경우도 우리나라가 선진국보다 달러유출, 중국 리스크에 대한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주식 순매수가 지속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