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이 부실 채권 인수 전문회사인 우리F&I를 인수하면서 부실 채권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4일 우리금융지주는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인 우리F&I를 대신증권에 파는 방안을 최종 승인했다. 인수 가격은 3880억여원으로 작년 말 대신증권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될 때보다 220억원 정도 낮아졌다.

업계에서는 실적 부진에 시달려온 대신증권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부실 채권 시장의 강자인 우리F&I를 인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증권은 계열사로 저축은행·자산운용·경제연구소·홍콩 법인 등을 두고 있지만, 작년 자산운용을 빼고 나머지 부문에선 순손실이 나거나 순익이 제로(0)였다. 대신증권은 지점 영업 등 리테일 부문에서만 280억원의 순손실을 입었다.

반면 우리F&I는 연간 300억~400억원의 순익을 내고 있다.

우리F&I는 부실 채권 물량이 많은 우리은행이 이들을 처리하기 위해 2001년 설립한 국내 최초 민간 배드뱅크(bad bank·부실 채권만 처리하는 금융기관)다.

부실 채권 인수 시장 점유율은 2012년 기준 29%로, 이 비중이 50%인 7개 은행 연합 배드뱅크 연합자산관리(유암코)에 이어 2위 규모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우리F&I의 실적이 우량하기 때문에 대신증권 수익 개선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F&I가 대신증권 품에서도 과거처럼 실적을 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우리F&I가 우리금융에서 받는 부실 채권 물량이 전체 인수 물량의 15%를 차지하는데, 우리금융에서 떨어져 나가면 이 물량을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금융(AAA)보다 대신증권(AA-)의 신용등급이 세 단계 낮다. 모(母)회사의 자금 동원 능력이 떨어지면 배드뱅크가 부실 채권을 인수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