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설비투자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설비투자 선행지표인 자본재 수입과 국내 기계수주가 개선되고 있다. 국내외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데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 경제 불확실성도 작년보다는 나아졌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2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설비투자는 2월에 전월대비로 0.3% 감소했다. 1월의 4.7% 감소보다는 개선됐다. 전년동월대비로 보면 1월 1.9% 감소에서 2월에는 12.3% 증가로 전환했다. '설 효과'를 제거하기 위해 1월과 2월을 합해서 보면 1~2월 설비투자는 전년동월대비 5.0%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1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을 5.8%로 예상했다.

고무적인 것은 설비투자 선행지표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기계수주는 전년동월대비로 1월 7.3% 감소에서 2월 14.1% 증가로 돌아섰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3월 수출입동향'에서 3월 자본재 수입은 9.3% 증가해 전월(10.4%)에 이어 두달 연속 10% 내외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증가율(3.3%)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자본재 수입은 전체 설비투자에서 40% 정도를 차지한다. 한은이 집계하는 수입물량지수, 즉 금액기준이 아니라 물량기준으로만 따지는 지표도 좋아졌다. 설비투자와 관련된 일반기계 수입물량지수는 1월 6.2% 감소에서 2월 18.7% 증가로 전환했다. 전기 및 전자기기 수입물량지수도 같은 기간 3.3% 감소에서 12.7% 증가로 개선됐다.

기업들의 투자에 대한 심리지표도 개선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집계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중 투자전망 BSI는 2월 92.1에서 3월 96.9로, 4월 101.1로 높아져 기준치 100을 웃돌았다. 한은이 1527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집계하는 BSI에서도 설비투자실행 BSI는 지난해 12월 94에서 올해 1~3월 각각 97로 상승했다. 2012년 5월 99, 6월에 97을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정영택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작년에는 경기가 안 좋았고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 경제불확실성 영향이 커서 설비투자가 좋지 않았지만 최근 선행지표가 개선되고 있다"며 "설비투자가 눈에 띄게 급증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미미하다고 볼 수 있지만 개선 기미가 보이고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수치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국장은 "투자는 규제와도 관련이 있는데 정부의 규제개혁 의지가 강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그동안 반도체, 전기전자, 스마트폰, 자동차 등 우리 경제에서 잘 나가는 부문은 투자가 이뤄지고 그렇게 못한 부문들이 문제였는데 비주력업종으로 투자가 확산될 지 여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생산 소비 투자 등 최근 경기지표가 당초 기대보다는 부진하지만 선행지표가 보통 1~2분기 선행한다고 봤을 때 1~2월이 기대에 못 미쳤더라도 4, 5, 6월 또는 하반기에는 좋아질 것"이라며 "경기가 회복된다고 하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설비투자를 안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