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에 있는 금융감독원 전경.

3000억원대 대출사기에 연루된 시중은행들이 KT ENS의 납품업체에 돈을 빌려주는 과정에서 대출 심사를 소홀히 한 정황이 금융감독원의 검사 과정에서 포착됐다. 금감원은 검사가 마무리되는대로 징계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또 이번 대출사기에 연루된 저축은행들도 대출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로 제재를 받을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2일 “KT ENS 대출사기와 관련해 농협은행과 국민은행은 검사를 종료했고 하나은행은 검사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일부 은행은 대출 과정에 문제점이 발견돼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KT ENS의 납품업체가 KT ENS 직원과 짜고 위조한 서류를 근거로 1조원 이상을 빌려줬다가 현재 1614억원을 못 받은 상태다. 농협은행과 국민은행은 각각 500억원을 빌려줬다가 296억원씩을 받지 못했다. 금감원은 대출사기를 적발한 2월 중순부터 이들 은행에 대해 특별검사를 진행해 왔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대출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부실대출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 직원이 직접 연루되진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 부실이 발생했기 때문에 대출 심사를 제대로 못한 것은 분명하다”며 “하나은행 검사가 종료되면 세 개 은행의 검사 결과를 징계위원회에 송부해 최종 징계 여부를 가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최종 징계 수위는 지금 단계에서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KT ENS 대출사기에 연루된 저축은행들도 제재를 받을 전망이다. BS저축은행, OSB저축은행(옛 오릭스저축은행), 현대저축은행, 공평저축은행 등 9개 저축은행은 대출사기에 연루돼 총 800억원 가량을 못 받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최소한 경과실은 있다고 보고 있다”며 “9개 저축은행 모두 제재 대상이며 최소 기관경고는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BS저축은행은 동일인 차주 한도를 위반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기관경고는 중징계에 해당하는 조치로 기관경고를 받은 금융사는 일정 기간 신규 업무가 제한되는 등 불이익을 받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제재를 받더라도 피해 규모가 크지 않아 영업이 정지되거나 문을 닫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