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현지시각)부터 일본 정부가 소비세율을 현행 5%에서 8%로 인상한다. 일본 정부가 소비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지난 1997년 이후 17년만이다. 일본 정부는 예산을 조기집행하며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우려 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금 사재기에 나서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일본 경기가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의 소비세율 인상이 국내 증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국내 경제 전문가들은 일본의 소비세율 인상이 두 가지 경로로 엔화 환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한다. 엔화 약세가 진행되면 일본 기업과 수출 품목이 겹치는 우리나라 기업의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국내 수출기업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다.

먼저 소비세율 인상으로 민간 소비가 위축되면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엔화 약세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손영환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올해 소비세율 인상분 3%포인트 중에서 70%인 2%포인트 정도가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해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 중반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일본 소비자들은 저물가에 익숙해진 상황인데 소비세율 인상 이후 소비 심리가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자문인 혼다 에쓰로 시즈오카대 교수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경제가 예상 경로를 벗어났다는 판단이 서면, 일본은행이 적절하고 유연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5월쯤 추가 통화 완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세 인상과 일본은행의 추가 통화완화 가능성 때문에 엔화는 올해 더 절하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소비세 인상의 부정적 영향이 클 경우 일본정부는 높아진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더욱 강력한 부양책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엔화가 강세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민간소비가 줄면 수입도 함께 감소하기 때문이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작년 연말에 엔화가 1달러에 105엔까지 간 것은 난방유 등 에너지 도입에 따른 수입 증가가 원인이었다"면서 "엔화가 일시적으로 강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소비세 인상 이후 엔화 약세, 강세 가능성이 둘 다 점쳐지고 있어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데이비드 전 KDB자산운용 대표는 "소비세를 인상하면 일본 정부에 재정적으로 도움이 되겠지만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세숫대야에 돌을 던지는 게 아니라 바다에 돌을 던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오히려 소비세 인상으로 일본 증시가 하락하며 국내 증시가 덕을 볼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일본 토픽스(TOPIX) 지수의 3개월 목표치를 1350에서 1200으로, 6개월 목표치는 1375에서 1300으로 낮췄다. 그 이유 중 하나로 4월 소비세 인상을 꼽았다.

서대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소비세 인상 이전에 나타나는 선(先)수요 증가에 따른 역효과와 인상 이후 나타나는 소비 여력 축소로 인해 일본 경제성장률은 연 0.3%포인트 정도 둔화할 것"이라면서 "그동안 일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투자할 유인이 적다는 점이 국내 주식시장의 약점 중 하나였는데 소비세 인상으로 인한 일본 경제 둔화는 외국인이 한국 주식시장을 다시 두드리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