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시장이 글로벌화되고 있다. 과거 우루과이라운드, FTA(자유무역협정)의 개념이 아니다. 전자상거래 발달로 해외 직구입이 늘어나고 있으며, 소비자에게 신뢰 받지 못했던 병행수입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정보통신기술·물류기술·제도적 발전으로 국내 유통업계는 제2의 변혁기를 맞았다.”

이형오 숙대교수가 서울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2회 유통산업포럼의 세션2 '글로벌 완전경쟁, 한국 유통업계에 독이 되나'의 좌장을 맡아 세션을 진행하고 있다.

이형오 숙명여자대학교 교수는 27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 유통산업포럼 ‘글로벌 완전경쟁, 한국 유통업계에 독이 되나’라는 주제의 세션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철재 관세청 특수통관과장은 주제 발표에서 지난해에만 전자상거래를 통해 국내로 들어온 상품이 1조원 규모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2012년부터 시행 중인 통관인증제의 실시 전후를 비교하면 직구매·병행수입으로 국내로 들어온 상품이 약 40% 증가했다”며 “최근에는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독일·일본 등지에서 들어오는 상품도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해외 직구매 및 병행수입 규모 확대가 한국 유통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토론도 이뤄졌다. 토론에는 이철재 관세청 특수통관과장, 최재혁 기획재정부 물가구조팀장, 박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상무가 참여했다.

박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직구매와 병행수입이 늘어나는 것은 상품의 다양성에 대한 욕구 확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이 핵심이다”라고 강조했다.

박 연구원은 “국내 유통업계가 현재와 같은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가격을 낮추거나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작은 회사는 서비스 인프라를 공동으로 구축하는 등의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재혁 기획재정부 물가구조팀장은 “직구매·병행수입 시장의 확대 뿐만 아니라 아마존(AMAZON)과 같은 글로벌 유통업체의 국내 진입도 대응해야 할 시기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국내 소비자의 사정에 밝은 국내 유통업체가 해외 업체에 시장을 뺏겨 도산하는 등의 위험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국내 유통업체가 사업방식의 변화와 전문성 강화 등의 노력을 통해 유통업계의 글로벌화에 적응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상무는 유통산업의 글로벌화가 위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국내 업체의 수출을 늘릴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나 상무는 “국내에서 이베이를 통한 직거래가 1조2000억원 규모인데 중국에서 이베이를 통해 해외에 판 물건은 3조원이 넘는다”며 “직구매와 병행수입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장을 통해 수출을 늘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대형업체 뿐 아니라 중소사업자가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