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봉 예정인 블록버스터급 한국 영화. 왼쪽부터 '해적:바다로 간 산적', '명랑-회오리바다', '해무'.

100억원대 제작비를 들인 한국 영화가 줄줄이 상영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다양한 장르의 영화로 관객 수 2억명 시대를 열었다면 올해는 사극이 블록버스터 영화를 이끌 예정이다.

CJ E&M,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뉴 등 투자배급사는 총 10편에 이르는 대작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개봉한 ‘설국열차’, ‘미스터 고’처럼 수백억원이 한꺼번에 투입된 영화는 없지만 100억원 이상 투자된 영화가 이렇게 많은 적은 없었다.

롯데엔터테인먼트의 ‘해적:바다로 간 사나이’는 순제작비만 150억원이 투자된 조선판 해양 블록버스터다. 길이 32m, 높이 9m의 해적선 두 대와 그보다 작은 크기의 선박 한 대 총 3대의 선박을 제작하기도 했다. 배 하나를 만드는데만 약 3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이 영화는 조선의 옥새를 삼킨 귀신고래를 잡기 위해 산적과 해적이 함께 고래를 추적하는 내용이다. 김남길, 손예진, 유해진, 이경영, 김태우, 박철민, 설리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역린’은 현빈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조선 22대 임금 정조의 암살 시도를 소재로 한다. 현빈, 조재현, 한지만, 김성령, 박성웅 등 캐스팅 또한 만만치 않다.

역린은 이재규 감독의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이기도 하다. 이 감독은 드라마 ‘다모’, ‘패션 70s’, ‘베토벤 바이러스’, ‘더킹 투하츠’ 등을 연출한 바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을 담당하고 제작비로는 총 100억원 상당이 투자됐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또 하나의 100억대 블록버스터 ‘협녀:칼의 기억’을 내놓는다. 이 영화는 고려 말 당대 최고 여자 검객의 복수극을 그린다. 칸의 여왕 전도연과 헐리우드 스타 이병헌이 호흡을 맞춘다.

협녀는 역린과 함께 광주광역시에서 영화제작비를 지원받는다. 광주 ‘영화·드라마 제작지원 사업’의 첫번째 수혜자로, 제작비 가운데 광주지역에서 소비한 비용은 30% 이내에서 지원받는다.

‘명랑-회오리바다’는 150억원 규모의 제작비가 투자된 2014 CJ E&M 최고의 기대작이다. 1597년 12척의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공격에 맞서 승리한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그린 영화다. 개봉은 7월 30일로 확정됐다.

이 영화는 ‘최종병기 활’의 김한민 감독의 작품으로 역사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다. 최민식, 류승룡, 조진웅 등 묵직한 배우들이 출연한다.

총 제작비 130억원이 투입된 ‘군도:민란의 시대’는 7월 개봉을 확정했다. 군도는 조선 25대 임금 철종 10년을 배경으로, 탐관오리의 재물을 훔쳐 백성에게 나눠주는 의적단과 권력가의 대결을 그린 액션 영화다.

이 영화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의 전성시대’을 만든 윤종빈 감독의 신작이다. 군 제대 후 첫 스크린에 나선 강동원과 충무로 스타 하정우가 주인공이다.

‘7번방의 선물’과 ‘변호인’을 연속 흥행시킨 독립배급사 ‘뉴’는 ‘해무’를 통해 창사 이래 첫 제작비 100억원 규모의 대작을 선보인다.

이번 작품은 봉준호 감독의 제작자 데뷔작이자, ‘살인의 추억’ 시나리오를 쓴 심성보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대학로 연극 ‘해무’를 원작으로, 밀항선을 타고 망망대해에 오른 선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올해 100억원대 블록버스터가 집중되는데는 지난해 관객 2억명시대에 들어섰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현상으로 분석된다. 또한 ‘최종병기 활’부터 ‘광해, 왕이 된 남자’, ‘관상’ 등이 줄줄이 히트를 치면서 사극이 대세로 떠올랐다.

다만 업계는 블록버스터가 집중되는 현상에 우려의 뜻을 내비쳤다. 김재민 뉴 영화사업부 배급본부장은 “지난해 100억대 블록버스터는 실패한 반면 30~40억원대 영화가 흥행했다”며 “제작비가 많이 들어갔나는 관객이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서 흥행한 블록버스터급 사극영화가 해외까지 인기를 이어갈지도 의문이다.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베트남에서 ‘차형사’보다도 흥행하지 못했다”며 “국내 흥행이 글로벌 흥행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