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문정화(35)씨는 지난해부터 쌀 가게에 가서 쌀을 직접 보고 구매한 적이 없다. 출퇴근 때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하기 때문이다. 문씨는 "그전에는 남편과 대형 마트에 가서 쌀을 사서 들고 왔는데,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배달까지 해주니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인터넷 사용이 서툰 주부 박경순(66)씨는 따로 사는 아들 내외에게 "인터넷에서 쌀을 주문해달라"고 부탁한다. 박씨는 "먹던 쌀 브랜드를 계속 먹으니 직접 장 보러 갈 필요가 없는 데다가 가격도 인터넷이 더 싸다"고 말했다.

쌀 소비는 줄어도 온라인 매출은 급증

소비자들이 쌀을 구매하는 주요 유통 채널이 온라인으로 옮아가고 있다. 대형 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쌀 판매량은 감소하는 반면 온라인 쇼핑몰이나 오픈 마켓 등에서의 쌀 매출은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은 지난해 국민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이 184g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쌀 소비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온라인 쌀집'은 가격 경쟁력과 상품의 다양성, 편리한 배송을 무기로 규모를 키우고 있다.

롯데마트가 올 1월부터 2월 16일까지 쌀 판매 실적을 조사한 결과 오프라인 매장 매출은 전년 동기(同期) 대비 24.5% 줄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온라인 쇼핑몰 '롯데마트몰'에서 판매된 쌀은 85.5% 정도 늘었다. 대형 포장일수록 온라인 판매가 활발해 20㎏ 이상 포장된 쌀의 롯데마트몰 매출은 전년의 2.3배로 급증했다.

이마트에서도 쌀은 온라인 쇼핑몰의 주력 상품이다. 지난해 '이마트몰'에서 판매된 쌀 매출은 오프라인 매장 매출의 18%에 달했다. 이마트몰 전체 매출이 일반 이마트 매장의 3.8% 수준임을 감안하면 쌀의 온라인 판매 비중이 다른 상품보다 월등하게 높은 셈이다.

이마트몰이 지난해 상품군(群)별 판매 순위를 분석한 결과 1위는 분유였고 생수에 이어 쌀은 3위였다. 비(非)가공식품 중 판매 5위 안에 든 품목은 쌀이 유일했다. CJ대한통운·한진 등 택배업체들도 "배송 상품 중 쌀의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다양한 상품과 편리한 배송이 매력

최근엔 인터넷 오픈 마켓이 온라인 쌀 유통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개인과 소규모 판매업체가 자유롭게 상품을 거래하는 오픈 마켓의 특성을 활용, 지자체나 영농 법인은 물론 개별 농가(農家)까지 쌀 판매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옥션을 통해 판매된 쌀은 총 2만1626t으로 20㎏들이 108만포대가 팔린 셈이다. 옥션에서 판매되는 각 지자체의 쌀 브랜드만 290여개이며, 쌀 카테고리에 등록된 상품은 2000종에 이른다. 옥션 홍윤희 부장은 "전국에서 판매되는 쌀이 모두 들어와 있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쌀 판매가 늘자 인터넷 오픈 마켓은 자체 브랜드를 붙인 쌀까지 내놓고 있다. 11번가는 최근 농협중앙회와 함께 '예서린'이란 브랜드를 만들어 경남 창녕, 충남 부여 등에서 생산한 쌀을 출시했다. 조경주 식품팀 매니저는 "최근 6개월 동안 판매된 쌀 거래액이 전년 동기보다 120% 증가했다"며 "온라인 쌀 구매가 급증하는 추세에 맞춰 지역 농민과의 직거래로 저렴하게 판매하는 쌀 상품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고영일 온라인상품팀 상품기획자는 "매장에서 직접 선도(鮮度)를 확인한 후 구매하는 게 좋은 과일·채소·생선·육류 등과 달리 쌀은 지역이나 브랜드 정도만 선택하면 상품별 차이가 크지 않아 온라인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