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지터블 가죽 공장

질 좋은 가죽을 얻으려는 세계 명품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고객이 점점 커스터마이즈드(customized, 원하는 대로 주문제작되는) 제품을 원하는 경우가 늘면서 더 이국적이면서도 고품질의 가죽으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려는 수요가 늘고있다.

이탈리아 명품업체 연합인 알타감마협회와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중국의 선물 수요가 줄면서 전세계 명품 업계 성장률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아주 희귀한 제품들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국내에서도 희귀한 가죽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이런 흐름을 틈타 가죽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베지터블 가죽이 국내에 처음으로 들어온다. 기존에 국내 무역업체들이 베지터블 가죽을 소량 유통해 파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베지터블가죽업체가 공식적으로 국내에 들어오기는 처음이다. 지난 19일 이탈리아대사관 초청으로 방문한 베라펠레(Vera pelle) 협회의 레오나르도 볼피 부회장을 만났다. 베라펠레는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 지방의 26개 베지터블 가죽업체를 대표하는 협회다.

베지터블 가죽 공정 모습

베지터블가죽이란 화학약품 대신 식물에서 추출한 ‘탄닌’이라는 성분으로 무두질한 자연 친화적인 소재의 가죽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가죽은 크롬가죽으로 화학약품을 이용해 가공한 가죽들이다. 크롬가죽은 정상적으로 만들면 문제가 없지만 규칙에 따르지 않은채 생산된 제품은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베지터블 가죽의 특징은 쓰면 쓸수록 가죽 고유의 색상으로 변한다는 점이다. 전세계 가죽의 5~10%밖에 되지 않는다. 90~95%는 화학제품으로 만든 크롬가죽이 대부분이다. 아직까지 시장규모도 전체 250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을 정도로 미미하다.

예컨대 루이비통의 가방들을 보면 손잡이 부분의 색이 밝은 살색이었다가 쓰면 쓸수록 갈색의 가죽색깔로 변한다. 이 손잡이 부분에 쓰이는 가죽이 베지터블 가죽이다. 에르메스, 구찌, 프라다 등 명품백 중 최상위 제품들이 베지터블 가죽을 이용해 만든다. 가죽 고유의 성격이 강하고 쓰는 사람에 따라 색상이 바뀔수 있기 때문에 관리가 어렵다. 이 때문에 하이엔드 레벨의 소량만 만들어 판매한다.

크롬가죽이 가공하는데 5~7일정도 걸리는 것에 비해 베지터블 가죽은 가공기간이 최소 1달 이상 걸린다. 대량생산이 어렵기 때문에 가격은 일반 크롬가죽에 비해 두배 가량 비싸다.

레오나르도 볼피 베라펠레협회 부회장은 “에르메스와 샤넬 등이 가죽생산 공장을 사고 있다”며 “루이비통은 핸들 색이 변하는 걸 고객들이 좋아해서 베지터블 테너리(가죽 공장)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베지터블 가죽이 이미 인기를 끌고 있다. 베지터블 가죽을 이용한 유명 개인 소유 공방들이 많다. 이탈리아 베지터블 가죽협회는 일본시장을 보면서 한국시장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고급 가죽을 원하는 고객이 많아지면서 베지터블 시장도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한국에서는 그동안 베지터블가죽 가격이 너무 비싸게 팔리는 등 왜곡된 구조가 있었는데, 이제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좋은 베지터블 가죽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