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공공 부채가 정부 부채에 비해 급격히 불어난 것은 공기업들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공공 기관 부채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곳부터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한 것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공공 기관 부채의 80%'를 차지하는 공기업은 총 12곳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 한국전력, 가스공사, 도로공사, 석유공사, 철도공사, 수자원공사, 광물자원공사, 대한석탄공사, 철도시설공단, 장학재단, 예금보험공사이다. 이들의 빚만 412조3000억원(2012년 기준)으로 전체 공기업 부채의 82.5%다.

그런데 따져보면 이들이 진 부채 대부분은 정부 재정 사업을 대신 맡으면서 불어난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LH공사이다. 2012년 말 기준 부채가 138조원에 달하는 LH공사는 1997년만 해도 부채가 14조원(통합 전 주택공사와 토지공사 합계)에 불과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대규모 임대주택 단지 건설과 혁신도시 조성에 나서고, 이명박 정부에선 세종시 이전과 보금자리주택 사업에 손을 대면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1997~ 2012년 연간 부채 증가율 평균치가 17.2%에 달한다.

수자원공사는 우량 기업이 국책 사업 탓에 빚더미에 오른 경우다. 이 회사는 2007년까지만 해도 부채비율이 16%였지만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과 경인 아라뱃길 사업을 떠맡아 2008~2012년 연평균 부채 증가율이 62.4%, 연 부채가 13조원을 넘겼다. 철도공사는 용산 역세권 개발 실패와 사업성 없는 지방 역사 유지 부담에 빚이 불어나는 등 다른 공기업의 사정도 같다. 문제는 이런 부채들은 줄이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이 12대 공기업(한전 자회사 포함)은 1월 말 2017년까지 부채를 40조원 더 줄이겠다는 내용의 부채 감축 계획을 내놨지만, 민간에서는 현실성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 최종원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자산을 팔고, 비용을 줄여 빚을 갚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대다수 공기업의 부채비율 감소 폭은 0~3%에 불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