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완 카이스트 교수

인류는 농경 시대와 산업 시대를 거쳐 정보 시대를 맞이했다. 정보 시대에는 정보가 귀중한 자원이 된다. 사회와 경제도 정보의 유통과 활용을 통한 가치의 생산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컴퓨터와 인터넷 기술 덕분에 정보의 유통, 가공, 활용은 그야말로 눈부시게 진화했다.

한국은 1990년대 초에 국책사업으로 인터넷의 근간이 되는 정보고속도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망을 건설할 당시에는 그 활용도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았고 사실 초기에 활용도는 미미했다. 그러나 웹이라는 인터넷의 킬러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해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유통시키면서 인터넷에 대한 회의는 곧 종식되었다.

인터넷 붐을 일으킨 웹은 1990년대 초에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유럽 핵연구기관 CERN에 근무하던 영국인 컴퓨터 과학자 팀 버너스 리(Tim Berners-Lee)가 발명했다. 당시 연구자들이 연구에 필요한 문서를 찾고자 해도 관련된 여러 문서를 효과적으로 찾을 수 없었다. 이미 다른 곳에 저장된 문서를 가져오는 인터넷 기술이 있었고 관련된 문서들을 연결시켜주는 하이퍼텍스트 기술이 있었는데 팀 버너스 리가 하이퍼텍스트 기술과 인터넷 기술을 통합함으로써 웹이 탄생했다.

웹을 활용해 문서의 식별자를 알면 인터넷을 통해 문서를 가져올 수 있고 하이퍼텍스트 기능으로 연관된 문서를 찾을 수 있으며 문서가 세계 어느 곳에 있든지 텍스트 뿐만 아니라 사진과 비디오도 연결해준다. 문서의 식별자를 모를 경우에도 몇 개의 키워드를 제시하면 웹 검색 엔진이 문서들을 검색하여 사용자에게 적절한 순서로 가져다 준다.

웹의 특성 덕분에 불특정다수의 사용자들을 위하여 웹사이트를 구축해 문서들을 올리고 불특정다수의 웹사이트를 상대로 문서를 검색하여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웹의 정보 유통 규모는 ‘전 지구적’이므로 정보 유통과 활용 기반인 정보화의 핵심 기술로 웹이 각광받게 됐다. 웹 사이트 수가 1995년에는 약 6만개, 2005년에는 약 7000만 개, 2014년 현재 8억개에 육박한다.

1세대 웹에서는 웹사이트에서 정보를 가져오는 한 방향 접근이었는데 2세대의 웹에서는 사용자가 정보를 가져올 뿐 아니라 웹사이트에 정보를 게시할 수 있는 양 방향 소통인 블로그가 출현하였고 최근에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도 나타났다. 또한 웹 문서의 수와 양이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웹 검색의 정확도가 저하되는 소위 정보의 바다에 익사하는 현상이 나타나 최근에는 정확한 문서 검색을 위해 3세대 웹인 시맨틱 웹이 부상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웹은 지난 20여년간 부단히 발전을 거듭해왔다.

웹의 발전은 다양한 요소에 기인하지만, 그 원동력은 웹 기술의 발전이고 웹 분야에서 가장 역사가 깊고 권위 있는 국제 학술대회인 국제 월드와이드웹콘퍼런스(WWW)다. 1994년 스위스의 제네바에서 처음 개최된 WWW는 매년 웹과 관련한 분야 1000명 이상이 참석하고 웹 기술의 발전을 선도해왔다. 구글을 세계 최고의 웹 회사로 만든 획기적 웹 검색 방법인 페이지 랭크 방법도 1998년 제7차 WWW 대회에서 발표됐다.

올해 제23차 대회는 대한민국 서울에서 열린다. 4월7일부터 11일까지 5일간 열리는 이번 대회는 연구자, 산업체, 표준단체, 사용자를 위한 다양한 트랙과 프로그램이 개설되며 웹의 미래, 정보화 등을 심도 있게 다루는 패널 토론이 진행된다. 팀 버너스 리를 비롯하여 웹 분야의 유명인사들도 대거 참석한다. WWW 2014는 한국과 세계가 웹과 정보화에 대하여 활발하게 토론하고 나아가 웹의 향후 20년을 논의하는 장이 될 것이다. 웹의 진화를 목격하려면 WWW2014를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