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불 꺼진 빌딩이 속출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업용 빌딩의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최근 1~2년 사이에 프라임급 오피스빌딩 공급이 급격하게 증가한 탓이다.

또 높은 임대료 때문에 기업들이 도심 외곽으로 이전한 것도 공실(空室)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 우후죽순 생기는 오피스 빌딩

지난해 서울 오피스빌딩 시장은 강남 지역은 IT기업들이 대거 판교 테크노밸리로 이전하고, 도심권과 여의도권은 신축 오피스빌딩들이 대거 들어서면서 공실이 급증했다.

10일 부동산종합서비스회사 DTZ 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 주요 업무지구 내 프라임 오피스(연면적 5만㎡ 이상)의 평균 공실률은 12.2%로, 전분기 대비 1.9%포인트 상승했다.

여의도IFC 전경

여의도권역은 3.1%포인트 상승한 21.9%의 공실률을 기록했으며, 도심권역과 강남권역의 공실률은 12%, 3.5%로 같은 기간 각각 1.5%포인트, 0.8%포인트 상승했다.

서울 도심의 경우에는 공급 과잉이 문제다. 서울 도심권에선 지난해 종로구 청진동 스테이트타워 광화문(4만1000㎡)과 중구 순화동 N타워(5만1000㎡), 그랑서울(17만5230㎡) 등이 잇달아 준공됐다.

여의도권도 상황이 좋지 못하다. 일부 금융회사들이 지점을 폐쇄하거나 사무실을 축소했으며, 전경련회관(16만8682㎡) 등 대규모 오피스 빌딩이 준공됐다. 오피스업계 한 관계자는 “프라임급 빌딩 이외에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빌딩까지 포함하면 공실률은 더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 IT기업 판교로 이전으로 공실 더 증가할 듯

대형 빌딩이 밀집된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한 강남권은 경기불황 탓에 기업들이 외곽으로 이전해 공실률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장기 불황으로 3.3㎡당 7만~12만원에 이르는 강남권의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입주기업들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강남일대 오피스빌딩 전경

특히 판교 테크노밸리 등으로 IT기업들이 대거 이전한 것이 공실률 증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신분당선 개통으로 판교역에서 강남역까지 20분 안에 도착할 수 있을 정도로 입지가 좋은데다, 임대료는 절반 가격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넥슨, 엔씨소프트, NHN(한게임), 네오위즈게임즈 등 국내 게임업계 빅4가 판교로 이전한 상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IT기업은 한곳에 모이는 특성이 있는데, 업계 선두업체들이 강남에서 판교로 빠져나간 만큼 다른 관련 기업들도 연쇄적으로 판교로 이전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에도 추가로 기업들이 이전을 진행하고 있어 강남 공실은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