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빠져있을 때 머리는 가장 무능하다 했던가? 여러가지문제연구소 김정운 소장은 '제대로' 쉬거나 놀 때 우리의 창의성이 발현되며, 이런 창의성의 원천은 '낯설게 하기'이기에 여기에 포인트를 맞춰 '잘' 쉬어야 성과가 난다고 역설한다. 이제 휴식은 단순한 휴지(休止) 의미가 아니라 익숙한 것과 결별, 새로운 것과 조우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 진화한 휴식 개념이 창의력과 바로 맞닿아 있는 셈이다. 성과를 내는 기업들은 휴식의 이러한 의미에 주목하고 있다. 특유의 기업 문화나 제도를 통해 직원들의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독특한 휴식법을 만들어내고 있다.

◇일이 '놀이'고 잘 쉬는 게 '창조'다

전 세계 창의력의 본산이라는 구글 본사엔 카페는 물론 수영장·안마실 같은 다양한 휴식 공간이 즐비하다. 직원들의 창의력이 이런 휴식과 놀이 공간을 통해 발현되는 것이다.

일러스트=정인성 기자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부상하고 있는 판교테크노밸리에 입주한 기업들도 이런 문화의 벤치마킹에 적극적이다. 도서실에서 근무시간에 만화책도 읽을 수 있고 푹신한 소파에 누워 쉬거나 발 마사지도 받을 수 있다. 사내에 커피숍을 따로 두고 있는 회사도 많다. 일 자체가 놀이고 쉬는 게 창조다. 'jnB'라는 여성복 브랜드를 운영하는 태창플러스는 매년 20% 이상 매출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중소기업이다. 잘 놀고 잘 쉬는 것이 경쟁력이라 믿는 이 회사는 매년 직원들을 국내외로 보낸다. 출장이 아니라 여행이다. 두 달에 한 번씩 미술관이나 박물관으로 출근해 작품을 감상하고 회사 옥상에서 함께 키운 배추, 무 같은 채소로 다 같이 만찬을 즐기기도 한다. 평생 학습 전문 기업 휴넷의 학습 휴가도 직원들을 '제대로 쉬게' 하는 제도다. 만근 5년이면 주어지는 한 달 휴가는 주말에 찔끔 주어지는 휴식과는 그 차원과 질이 다른 시간이 된다. 직장인과 떼놓으려야 떼놓을 수 없는 두 글자, 야근. 그러나 야근을 자주 하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회사들이 나타났다. SK C&C 사옥에선 매일 오후 5시 55분 사내 방송이 시작된다. 퇴근을 독려하는 내용이다. 매월 2·4주 수요일에 전 직원이 5시에 퇴근하는 제도라든지, 퇴근 시각 이후에는 사내 전산망 접근을 차단하거나 아예 전산망 전원을 내려버리는 기업도 있다. 이른바 집으로 빨리 달려가라는 '홈런(home-run) 시스템'이다.

◇휴식은 더 나은 성과를 위한 전략적 투자 개념

휴식은 '일을 한다'의 반대말이 아니다. 현실에서 한발 떨어져 대상을 새롭게 보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스스로를 '낯선' 상황에 집어넣어 새로운 관점을 체험하거나 체득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에서 휴가를 낸다는 건 언감생심이며, 야근은 다반사다. 그러니 이들에겐 주말 휴식도 타성이고 습관이다. 통계적으로 가장 덜 행복한 요일이 일요일이라는 사실은, 그래서 더 슬프다. 일요일 오후의 우울은 직장에서 새롭게 한 주를 시작해야 하는 월요일에 대한 '예기(豫期) 불안(자기가 실패할 것이란 예감 때문에 생기는 신경증)'이다. 직장이 재미가 없으니 휴일도 불행하다. 나무도 무작정 도끼질을 할 게 아니라 도끼날을 벼리면서 해야 효율이 높은 법. 휴식에도 전략과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직원들의 휴식에 대한 어떤 투자가 성과를 최대한 만들어낼 것인가? 창조 경영 시대에 기업들이 초점을 맞추어야 할 또 하나의 화두다.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는 이 시점, 우린 얼마나 '제대로 쉬고' 있는지 한번 살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