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도시철도 연락운임 정산을 위해 환승 게이트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수도권 도시철도 요금체계의 문제점과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주장을 제기했다. 이 보고서는 최근 논란이 됐던 수도권 도시철도 연락운임 정산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기 위해 작성됐다.

수도권에는 한국철도공사, 서울메트로 등 여러 기관이 나눠서 도시철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도시철도 이용객이 환승을 할 경우 이 이용객이 낸 돈을 여러 기관이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를 놓고 늘 이견이 있었다. 한 번의 승하차로 두 개 이상의 기관이 운영하는 노선을 연결해서 이용하는 것을 연락운송이라고 하고, 이 연락운송의 운임을 연락운임이라고 한다. 승객이 지불한 연락운임을 여러 기관이 나눠 가지는 것을 연락운임 정산이라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한 것이다.

예컨대 한 도시철도 이용객이 검암역에서 고속터미널역까지 이동했다고 치면 중간에 수많은 이동 방법이 존재한다. 공항철도로 서울역까지 이동한 다음에 4호선으로 갈아타고 3호선이나 7호선으로 이동할 수도 있고, 공항철도에서 바로 9호선으로 갈아타서 이동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이 도시철도 이용객이 낸 연락운임을 어떤 기관이 가져가야 할 지를 놓고 이견이 생기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도시철도 운영기관들이 비공개 협의를 통해 연락운임을 정산해 왔지만, 최근 운영기관들이 정산 방식을 놓고 소송을 제기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전문가들은 연락운임 정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한편, 도시철도 인프라 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금처럼 2~3년 안에 한번씩 한꺼번에 연락운임을 정산하는 방식은 논란만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일일 정산 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입법조사처는 환승게이트 추가 설치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 도시철도 9호선과 신분당선 환승역에는 환승게이트가 별도로 설치돼 있다. 환승게이트를 설치하면 도시철도 이용객의 노선별 환승이나 이동경로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연락운임 정산 때 중요한 자료를 쓰일 수 있다.

다만 도시철도 9호선이나 신분당선처럼 다소 한산한 역과 달리 도시철도 1호선이나 2호선, 3호선에는 매우 혼잡한 환승역이 많기 때문에 환승게이트 확대 설치가 어려울 수도 있다. 가뜩이나 출퇴근 시간대에 복잡해지는 환승역에 별도의 환승게이트가 생기면 더 큰 혼란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준환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연락운임 정산 문제 해결을 위해 일부 내용에 대한 법제화 등 정부의 참여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환승게이트도 설치 효과와 비용에 대한 타당성 검토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