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내년부터 시작되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를 시장에서 큰 문제없이 받아들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총재는 20일 소공동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협의회를 주재하고 "미국의 주가가 1.8% 오르고 10년 만기 장기 국채 금리도 5bp(1bp=0.01%)밖에 안 올랐다"며 "(테이퍼링이)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에서 비교적 큰 문제없이 받아들인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과거엔 테이퍼링을 호키쉬(통화긴축적)한 정책이라고들 했는데 이제는 도비쉬(통화완화적) 테이퍼링이란 말까지 나온다"며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실업률이 6.5% 이하로 내려가도 인플레이션이 2%를 넘지 않으면 낮은 이자율을 유지하겠다고 밝히는 등 (테이퍼링을)매우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서 김 총재는 "장기금리가 급격히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페더럴 펀드 금리(기준금리)를 올리는 시기가 내년이 아니라 2015년 말이 될 것"이라며 "2015년 10월 정도에 금리를 0.75% 정도 올릴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이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아침에 보니 유럽도 미국과 비슷하게 주식시장이 우호적이었다"며 "우리도 전날 주식시장, 채권시장에서의 선물, 현물이 모두 순매수세를 기록했다. 하루밖에 안 지났지만 시장이 잘 받아들이고 있다고 평가가 가능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볼커룰과 관련해서는 "처음 나왔을 때보다 완화됐다"며 "해외에서 영업하는 지점에 대한 규제가 본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흥경제권(은행)에 부담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 등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 은행의 6개 지점이 (미국에)진출해있는데 총 자산대비 현지법인 비중 평균이 0.62%정도"라며 "그 정도면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건호 국민은행장, 이순우 우리은행장, 서진원 신한은행장, 신충식 농협은행장, 조준희 중소기업은행장, 김종준 하나은행장, 홍기택 산업은행장, 윤용로 외환은행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리처드 힐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장, 이원태 수협 신용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