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과 연구진이 힘을 모아 평판 디스플레이를 만들 때 필요한 ‘노광기’의 핵심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국산화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에 개발된 ‘8세대급 디지털 노광기’는 아날로그 노광기에서 핵심부품인 ‘포토마스크’가 필요없는 디지털 방식으로, 노광기의 자체 생산 기술을 확보하고 관련 기술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의미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08년부터 올해까지 212억원을 투입해 ‘전자정보장치 관련 원천기술 개발사업’을 진행한 결과, 지금까지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노광 장비를 제작하는 핵심기술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노광기는 필름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하는 포토마스크에 빛을 쪼여 유리 기판에 회로를 설계하는 장치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포토마스크가 필요없는 디지털 방식으로 회로를 설계한 후 바로 테스트 생산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노광 공정은 평판디스플레이의 제작 과정에서 시간적, 비용적으로 30~40%를 차지하는 핵심 공정이다. 하지만 기술 수준이 높고 외국 장비 기업의 엄격한 통제로 기술 접근이 어려워 그동안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국산화에 성공하지 못했던 디스플레이 장비였다.

특히 이번에 개발된 노광 장비는 세계 최초의 디지털 방식일 뿐만 아니라 55인치 텔레비전 디스플레이 6장을 생산할 수 있는 8세대급 대형 유리기판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노광기를 제작하는 자체기술을 확보해 세계 최고 수준인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기술과 노하우가 경쟁국에 유출되는 위험을 방지하고 앞으로 국산 노광장비의 수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는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코아시스템즈, 풍산시스템, 에버테크노, 연세대학교 등 21개 산학연 관련 기관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경쟁관계인 삼성과 LG가 협력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에 대한 공동 대응 체계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앞으로 산업부는 디지털 노광기술의 자립과 세계 최고 기술력을 유지하기 위해 관련 부품을 자급하고 상용화하기 위한 기반을 지속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이번 개발로 연간 6000억원 규모의 수입 대체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